이날 제분업계와 농식품부의 간담회는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값 인하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연속선상에서 이뤄졌다. 라면업계는 추 부총리의 가격인하 요구에 대해 국제 밀 가격이 내렸어도 제분업계가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 조정이 없어 라면 가격 인하가 어렵다고 대응했다. 그러자 정부는 곧바로 제분업계와 간담회 일정을 잡고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밀가루 가격은 추 부총리가 쏘아 올린 라면값뿐만 아니라 빵, 과자 등 국민들의 먹거리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라면, 유제품 등 전방위적으로 가격인상 움직임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이다보니 식품업계는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설령 정부는 간담회를 통해 7월부터 가격인하를 요청하고 제분업계가 이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해 보도자료 초안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간담회에서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 보도자료 초안을 수정·배포했으면 됐다. 굳이 체면을 차리고 싶었다면 “업계가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정도로 내용을 수정했으면 됐을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관치를 넘어 거짓말까지 동원한 것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농식품부의 보도자료 문구처럼 7월에 인하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한다면 국민들은 이른 시일 내에 밀가루를 원료로 사용하는 과자, 빵, 라면 등의 가격인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가 가격인하를 결정하지 못하면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오롯이 업계의 몫으로 돌아간다.
정부의 보도자료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정부의 공식입장은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무게감이 상당하다. 농식품부의 이번 자료는 불분명한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발표해 국민을 호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정부가 두 번 죽이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