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적 갈등 비용 연 233조...절충ㆍ타협의 미덕 살려야

  • 등록 2024-04-30 오전 5:00:00

    수정 2024-04-30 오전 5:00:00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비용이 연간 233조 원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국무조정실의 의뢰로 수행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 결과다. 사회적 갈등 비용은 최근 10년간(2013~2022년) 2326조 6000억 원, 연평균 232조 7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니 결코 적지 않다. 국민이 갈등으로 인한 경제성장 저하, 국가재정 손실 등 경제적 비용을 그만큼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갈등 유형별로는 이념갈등 비용이 압도적으로 컸다. 전체 조사대상 23년간(1990~2022년) 발생한 갈등 비용은 2628조 원인데 그 가운데 이념갈등 비용이 1981조 원으로 75.4%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노동갈등(307조 원, 11.7%), 계층갈등(192조 원, 7.3%), 지역갈등(77조 원, 2.9%) 순이다. 이런 유형별 분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점이 국민 의식을 이념에 민감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압도적 비용 격차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념갈등이 결국 정치로 수렴됨을 고려하면 정치가 이념갈등을 조정·해소하는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이념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많다.

과거 33년간(1990~2022년)으로 기간을 더 넓혀 보면 2010년대 중반부터 갈등 비용이 급증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를 둘러싼 갈등과 2016년과 이듬해에 걸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갈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10년간(1990~1999년)과 최근 12년간(2011~2022년)을 비교하면 갈등 비용이 31조 원에서 2352조 원으로 무려 76배나 늘어났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 수천만 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나라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이 꼭 부정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며, 잘만 관리되면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의 추세는 우리 사회가 갈등 관리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와 사회 각 분야의 갈등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절충과 타협을 덕목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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