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국민 저버린 '의사의 난'

  • 등록 2024-06-24 오전 5:00:00

    수정 2024-06-24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영수 사회부장] 1999년 방영된 ‘허준’은 역대급 흥행 TV 드라마(MBC)로 평가받는다. 월화 드라마였지만 당시 최고의 시청률(63.5%)를 기록했다. 50%를 넘는 시청률은 2000년대 들어 깨지지 않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허준’이 본방사수 드라마가 된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고 의술을 지속적으로 익히는 의사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경외감으로 해석된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의사를 모티브로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방영이 잠정 보류됐거나 기획 아이템에서조차 제외된 상태다. 집단 휴진을 벌이고 있는 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4년 6월 18일 서울 여의도 광장. 환자 곁을 떠나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역대 4번째 대정부 투쟁을 선포한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미 잊은듯 했다. 그들은 “정부가 죽인 의료 우리가 살린다”,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 등 구호를 제창하고 ‘의대정원 확대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고 쓰인 띠를 어깨에 두르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네 병원 의사들까지 가세한 전면 무기한 휴진도 공언했다. 이 자리에 모인 건 의사뿐 아니라 의대생, 전공의를 둔 가족들까지 참여했다.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똘똘 뭉친 의사 단체가 봉기한 ‘의사의 난’이 벌어진 현장이었다.

의정 갈등의 골은 해소되지 않은채 더 미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의사 단체가 주장하는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는 불가능한 일인데도 말이다. 전국 32개 의대가 학칙개정을 통해 2025학년도 증원을 이미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사 단체가 완곡히 의대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기저에는 국민의 생명을 본인들이 쥐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4개월을 넘기면서 환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급기야 환자 단체는 아픈 몸을 이끌고 내달 4일 폭염 속에 총궐기대회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의사들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다. 의사 면허를 내준 정부는 레드 카드를 꺼낸 상태다. 허가받지 않은 집단 휴진은 명백한 불법파업이어서다. 정부는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장기화해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청구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집단 휴진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에 대해서는 임원 교체 또는 법인 해산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의사 단체는 무엇을 위해 집단 휴진에 나섰는가에 대한 질문을 곱씹어 봐야 한다. 국민의 건강이라는 대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간 쌓아온 그들만의 의업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집단 휴진은 환자들을 볼모로 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합리화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 의료를 걱정한다면 하루속히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의협뿐 아니라 정부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도 전향적으로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얻을 수 있는 것도 전혀 없다. 2025학년도 증원으로 불어난 의대생들과 함께 내년에 수업을 동시에 받는다면 되레 의료 교육의 질 하락을 부추기는 셈이다. 집단 행동을 벌이는 의사 단체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구암 ‘허준’과 같이 한 사람의 몸을 치료하듯 한 나라의 병을 치료하는 의국(醫國) 정신을 갖춘 의사들을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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