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소녀' 서연정, 10년 무관 한 풀었다..259전 260기 [KG 레이디스 오픈]

KG 레이디스 오픈 연장 협투 끝에 10년 무관 한 풀어
2014년 데뷔, 260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 신고
연장에서 침착하게 파 기록, 노승희 꺾고 우승 확정
"15번홀 버디 놓치고 정신 번쩍..참고 열심히 해온 결과"
우승상금 1억4400만원에 부상으로 KG 모빌리티 토레스
황유민 3위, 박민지 등 5명...
  • 등록 2023-09-03 오후 8:44:55

    수정 2023-09-03 오후 10:05:13

서연정이 3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12회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용인(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두 번째 우승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투어 10년 차 서연정(28)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2회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기다렸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긴 무관의 한을 푼 뒤 다음 우승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연정은 3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셋째 날 3라운드에서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쳐 노승희(23)와 동타를 이룬 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에서 이겨 우승했다. 서연정을 파를 했고, 노승희는 보기로 긴 승부가 끝났다.

서연정의 우승으로 KG 레이디스 오픈에선 2년 연속 연장 끝에 우승자가 나왔다. 지난해 황정미가 연장에서 김수지를 꺾고 우승했다.

6회 연속 생애 첫 우승자 배출이라는 이색 기록과 전통도 이어졌다. 2017년 김지현, 2018년 정슬기, 2019년 박서진, 2021년 김수지, 2022년 황정미는 모두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다.

KLPGA 투어 통산 역대 최다 출전 우승 기록도 다시 썼다. 260번째 대회에서 애타게 기다려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서연정은 2019년 안송이가 세운 237개 대회보다 23개 대회 더 오래 걸렸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불운의 ‘벤틀리 소녀’, 10년만에 우승하다

10년 차 베테랑의 침착함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전날 2라운드에서만 9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선두로 나섰던 서연정은 마지막 라운드를 남기고 “올해 10년 차이기에 노련미 있게 잘해보겠다”고 차분하게 최종라운드를 준비했다.

그의 다짐은 이날 경기에서 그대로 나왔다.

1타 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서연정은 6번홀(파4)에선 큰 위기가 왔다. 티샷한 공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페널티 구역에 빠져 이 홀에서만 2타를 잃었다.

순식간에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전날 다짐처럼 차분하게 다음 홀 경기를 이어간 서연정은 7번홀(파4)에서 154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6m에 붙인 뒤 버디 퍼트를 넣어 1타를 만회했다.

이후 마지막 18번홀까지 노승희와 순위 경쟁이 계속됐다. 서연정이 앞서 가면 노승희가 추격했다.

1타 차 선두로 앞서가던 15번홀(파4)에선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노승희에게 다시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승부를 결정지을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나 그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둘 다 타수를 줄이지 못해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까지 이어진 우승 경쟁은 두 번째 샷으로 승부가 갈랐다. 서연정은 페어웨이로 잘 보냈고, 노승희가 친 공은 카트 도로를 맞고 경사면에 멈췄다. 서연정은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파를 했고, 노승희가 친 공은 다시 그린 앞 러프에 떨어졌다. 4타 만에 그린에 올라왔으나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서연정의 이름 앞엔 오랫동안 ‘벤틀리 소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12년 한화클래식에서의 일이다.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서연정은 1라운드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했다. 당시 이 홀에는 2억7700만원 상당의 벤틀리 자동차가 부상으로 걸려 있어 누가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쏠렸다.

서연정은 홀인원을 하고도 자동차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KLPGA 투어 규정에는 아마추어 선수는 프로 대회에서 500달러 이상의 상금 또 상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깝게 행운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서연정은 그 뒤부터 ‘벤틀리 소녀’로 불렸다.

2부 투어 강등 위기 극복하고 이뤄낸 우승

국가대표 활동을 마치고 2013년 프로로 전향한 서연정은 드림(2부) 투어를 거쳐 2014년부터 정규 투어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초만 해도 팬들의 관심이 컸으나 이후 조금씩 시들해졌다. 기대했던 우승은 나오지 않았고, 2019년엔 상금랭킹 62위까지 떨어져 시드마저 잃었다. 2부 투어로의 강등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정규 투어 입성에 성공한 서연정은 이후 다시 꾸준한 성적을 거두며 올해 10년째 정규 투어에서 뛰고 있다.

KLPGA 투어에서 10년 연속 투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김지현과 장수연, 최가람, 안송이, 이정민 등이 전부다.

서연정은 “아직은 얼떨떨하다. 이게 우승이 맞나 싶은 게 실감이 안 난다”라며 “우승이 나오지 않아 포기할까 생각했는데 참고 열심히 하다 보니 우승하게 됐다. (우승이 없는 다른 선수도) 참고 열심히 하면 우승하는 날이 올거다”라고 자신처럼 긴 시간 우승 없이 보낸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이어 “15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지금 부모님이 가장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 많이 힘을 주셨고 많이 버텨주셨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우승 소감을 부모님께 전했다.

10년 만에 첫 우승에 성공한 서연정은 다음 우승은 오래걸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두 번째 우승은 3개월 안에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LPGA 투어가 11월 막을 내리기에 시즌이 끝나기 전에 2승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승으로 상금 1억4400만원을 받은 서연정은 상금랭킹 39위에서 23위(2억9699만6429원)으로 올라섰고, 부상으로 KG 모빌리티 토레스와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 1년 무료 이용권을 받았다.

신인왕 랭킹 1위 황유민(20)은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쳐 3위, 시즌 3승에 도전한 박민지(25)와 임진희(25), 최가빈(20), 최예림(24), 고지우(21)는 나란히 11언더파 205타를 쳐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2021년 우승 이후 2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 김수지(27)와 이가영(24), 이소미(24)가 공동 9위(이상 10언더파 206타), 디펜딩 챔피언으로 사상 처음 대회 2연패에 도전한 황정미(24)는 공동 12위(9언더파 207타)에 만족했다.

서연정이 연장 끝에 우승을 확정하자 동료들이 달려와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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