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대회 결산] 1. 허정무호, 우승컵과 새 얼굴을 맞바꾸다

  • 등록 2010-02-16 오후 1:47:47

    수정 2010-02-16 오후 1:59:03

▲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신세대 공격수 이승렬(가운데, 사진_gettyimages)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2010 동아시아대회에 출전한 한국축구대표팀(감독 허정무)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15일 귀국했다.

일본 현지 소속팀에 복귀한 J리거 멤버들을 제외한 허정무호 코칭스태프와 선수 12명은 15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갖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모두 마무리지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삼은 대회 2연패 달성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7일 열린 홍콩대표팀(감독 김판곤)과의 첫 경기서 5-0으로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10일 중국(감독 가오홍보)과의 경기서 0-3으로 완패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14일 열린 일본대표팀(감독 오카다 다케시)과의 3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며 떨어진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었다.

허정무호는 종합전적 2승1패를 기록하며 승점6점을 벌어들여 중국(7점/2승1무)에 이어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숙적 일본은 1승1무1패로 승점4점을 기록하며 3위에 그쳤고, 홍콩은 3전 전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 허정무호, 새로운 동력을 얻다
받아쥔 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었지만, 나름의 수확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뉴 페이스'의 약진이다.

허정무호는 동아시아대회를 전후해 주전급 멤버들의 줄부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대회 참가 직전 왼쪽 날개 염기훈(울산현대)이 발 부상으로 A팀에서 낙마했고, 일본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중앙수비수 김형일(포항스틸러스)이 부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추가했다. 중국전 도중 멀티수비수 이정수(가시마앤틀러스)마저 무릎을 다쳐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때문에 기존에 팀 내에서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던 선수들이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이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허정무호의 새로운 '질주 동력'으로 떠올랐다.

우선 올림픽대표팀 출신 '젊은 피'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날개 미드필더 김보경(오이타트리니타)은 염기훈의 공백을 잘 메우며 선배들 못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이승렬(FC서울)은 이동국(전북현대), 이근호(주빌로이와타) 등의 틈새 시장을 착실히 파고들었다. 구자철(제주유나이티드) 또한 중원에서 기존 멤버들을 위협할만한 경기 조율 능력을 보여줬다.

백업 멤버들의 '반란' 또한 눈부셨다. 특히나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포항스틸러스),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인 날개 미드필더 김재성(포항스틸러스) 등의 약진은 동아시아대회의 값진 수확으로 손꼽힌다. 
▲ 일본전에서 세 번째 골을 터뜨린 미드필더 김재성(사진_gettyimages)

◇서 말의 구슬, 어떻게 엮을까
허정무호는 동아시아대회 출전을 앞두고 두 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하나는 우승컵이었고,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선수 발굴이 다른 하나였다. 전자는 아쉬움 속에 실패했지만, 후자의 경우 소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승컵과 새 얼굴을 맞바꾼 셈이다.

서 말의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허정무호의 남은 과제는 전지훈련과 동아시아대회를 거치며 모아 놓은 여러 개의 구슬들 중 어떤 것을 어떻게 엮어 보배를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선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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