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인사이더는 “소식통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바비’의 개봉일이 그의 영화 ‘오펜하이머’와 같은 주말에 개봉해 행복하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인사이더는 이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관련 소식에 정통한 네 명의 소식통의 증언들을 인용해 이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오펜하이머’와 ‘바비’의 미국 개봉일은 7월 21일로 같다. 두 작품 모두 제작비 1억 달러 이상(한화 약 1300억 원)을 투입한 대작이다. 감독 및 배우들의 유명세, 엄청난 제작비로 기대를 모으는 대작들이 같은 날 동시에 개봉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상황. 두 작품의 배급사는 각각 유니버설픽처스(‘오펜하이머’), 워너브러더스(‘바비’),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대형 배급사들이다. 이례적인 세기의 대격돌에 관객들은 두 작품의 대결에 ‘바벤하이머’란 별명을 붙이며 관심을 갖고 있다. 같은 날 두 작품을 동시에 예매한 관객들도 많아 두 작품의 흥미로운 정면승부가 오히려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낙관론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만큼은 이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사이더는 “(관객들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며 “그리고 그 복잡한 사정은 ‘오펜하이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바비’를 배급한 워너브러더스와 살짝의 언쟁을 벌인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이후 워너브러더스를 떠나 유니버설과 손을 잡고 ‘오펜하이머’를 개봉하기로 했고, 일찌감치 올해 7월 21일로 미국 개봉일이 내정돼 있었다. 그간 크리스토퍼 놀란이 2008년부터 모든 자신의 작품들을 7월 중순쯤 개봉해왔던 만큼 ‘오펜하이머’의 개봉일을 일찍 정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가 ‘바비’의 개봉일을 돌연 ‘오펜하이머’와 같은 날로 정하면서 미묘하고도 불편한 동행이 시작됐다는 분석. 인사이더 측은 이에 대해 “이를 단순한 우연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라며 “혹은 워너브러더스가 놀란의 행보에 대한 일종의 보복을 행한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인사이더가 이에 대한 입장을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직접 물어봤으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말을 아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바비’를 보았냐’는 인사이더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안 봤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당신(기자)은 이미 관련 질문에 대한 어떠한 답도 내가 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인사이더는 소식통의 말을 빌려 크리스토퍼 놀란이 개봉일이 같은 상황에 화가 났고, 워너브러더스를 설득해 ‘바비’의 개봉일을 앞당기려 시도했지만 워너브러더스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도 보도했다.
다만 ‘바비’와 ‘오펜하이머’ 두 작품 모두 해외 매체 및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 및 기대를 얻고 있다. 특히 ‘바비’는 최근 LA 프리미어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은 뒤 “올해 최고의 영화”란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편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비밀 작전 ‘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과학자 J.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