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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27)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15년 프로 데뷔 후 꾸준히 경기에 나섰는데도 가슴 속 한 구석에 아쉬움이 떠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가을 성문’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정작 정규시즌에선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송성문의 변신은 그렇게 자기 반성에서 시작됐다.
2024년 송성문은 KBO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내야수다.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2(267타수 94안타) 9홈런 55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제 갓 시즌 절반을 넘겼는데 벌써 100안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각종 기록 순위에서도 송성문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타율 4위, 최다안타 11위, 출루율 8위, OPS 9위다. 커리어하이 시즌은 이미 예약해둔 상태다.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트윈스와 경기에서도 그의 활약은 빛났다. 4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경기 후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송성문의 유니폼은 온통 흙투성이었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경기를 펼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취재진이 “유니폼을 보니 전쟁을 치른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자 “이긴 전쟁이라 너무 기분 좋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송성문의 진가는 공격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번 시즌 주포지션인 3루수 뿐만 아니라 2루수, 1루수 등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선수층이 얇은 팀 사정상 필요한 자리를 그가 메우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올 시즌 실책이 1개 뿐이라는 점이다. 올 시즌 50경기 이상 출전한 내야수 가운데 실책이 1개밖에 없는 선수는 송성문이 유일하다. 수비율은 무려 0.991에 이른다. 1루수를 제외하고는 최상위 수치다. 2022년에는 실책 15개, 2023년은 10개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팀의 4번 타자에 주장까지 맡으면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말그래도 키움히어로즈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송성문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내가 팀에 꼭 필요한 선수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차가 적은 것도 아니어서 올해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다짐하고 독하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확실히 식단 조절을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팀 내 신체능력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가 나온다. 그런 변화가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성문은 “가을야구에서 잘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가을야구도 정규시즌에서 잘해야 나갈 수 있는 것이다”며 “정규시즌 성적이 많이 아쉽다보니 이대로 발전이 없다면 내 자리가 줄어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송성문은 전반기 본인에 활약에 대해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반기 내 점수는 80점을 주고 싶다”면서도 “아직 시즌의 반도 지나지 않았다. 후반기에는 100점을 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