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 47년 기다린 '향수'의 야구

  • 등록 2008-04-01 오전 9:59:11

    수정 2008-04-01 오전 10:09:50

▲ 지난달 29일(미 현지시간)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대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범경기가 콜로시움 경기장에서 열렸다. [로이터/뉴시스]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야구가 야구 아니면서도 재미있을 수 있을까요? 하물며 기쁨까지도 안겨줄 수 있는 것일까요?

지난 토요일 콜로시움의 LA 다저스-보스턴 레드삭스의 시범경기는 처음부터 ‘이상한’ 야구였습니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측 폴까지의 거리가 불과 201피트(60.3m). 리틀야구장의 깜냥도 안됐습니다. 그 옆으로는 고래잡이에나 쓰면 딱 좋을 60피트(18m)의 흰 그물망이 가운데 펜스까지 길게 쳐져 있었습니다. 비실비실 넘어가는 ‘싸구려 홈런’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리틀야구장보다 못한 그라운드에 선 양 팀의 좌익수들은 겸연쩍었는지 아예 그곳을 떠놨습니다. 보스턴 좌익수는 센터로 이동하고, 다저스 중견수는 2루 베이스 바로 뒤쪽에 섰습니다. 정원을 초과한 내야는 꽉 찼습니다.

그러다보니 ‘신기한’ 기록도 나왔습니다. 4회 박찬호에게 안타를 뽑아내고 나간 자코비 엘스베리는 2루 도루를 하다 아웃됐는데 포수의 송구를 받아 태그한 선수는 중견수 앤드류 존스였습니다. 기록원은 ‘2-8(포수-중견수)’이라고 기자실로 방송했습니다. ‘원, 중견수가 2루 도루를 원터치로 보살시키는 야구라니….’

하지만 교통대란을 뚫고 세계야구 사상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워준 11만5300명의 팬들은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경기 2시간 전만 해도 듬성듬성 빈 자리가 보였던 스탠드는 저녁 7시가 되자 다 채워졌고 다저스 선발 에스테반 로아이자가 보스턴 톱타자 훌리오 루고에게 초구를 던지는 순간 일제히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며 올림픽 개막식에서나 볼 수 있는 빛의 향연이 연출됐습니다.

시멘트와 잔디밭 좌석까지 들어찬 관중들은 좌측 하늘로 타구가 뜰 때마다 반세기만의 ‘문샷’(50년대 후반 ‘저니맨’이었던 월리 문은 왼쪽타자이면서도 밀어치는 배팅에 능한 게 당시 다저스 단장 버지 바바시의 눈에 띄어 트레이드돼 와 콜로시움서만 3년간 37홈런을 날렸습니다. 이는 다저스 간판 타자 듀크 스나이더와 찰리 닐(38개)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입니다)의 ‘환생’을 보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습니다.

이날 경기는 1958년 다저스가 뉴욕 브루클린에서 LA로 연고지로 옮긴 50주년을 기념해 4년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 직사각형 풋볼구장 콜로시움서 연 이벤트였습니다. 1961년 9월20일 샌디 쿠팩스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연장 13회 완투승을 거둔 뒤 47년만이었습니다.

물론 ‘진짜 야구’는 아니었습니다. 야구장이 없는 아프리카 콩고같은 곳에서나 벌어졌을 법한 한바탕의 난장이자, 쇼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장관이었습니다. 그 때 올드 팬들에게는 설레임과 향수를,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살아있는 역사를 에누리 없이 만끽케 한 현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보스턴 내야수 알렉스 코라의 말대로 “진정한 시범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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