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부재' 귀네슈호의 자중지란

  • 등록 2009-08-27 오전 9:18:47

    수정 2009-08-27 오후 2:26:04

▲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


[포항 =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26일 저녁7시30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FC서울(감독 세뇰 귀네슈)과 포항스틸러스(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의 피스컵코리아 4강 2차전은 축구경기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두루 나타난 경기였다.

이날 양 팀은 무려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후반에만 5골을 몰아친 홈팀 포항이 원정팀 서울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치며 엎치락뒷치락을 거듭한 양 팀의 맞대결은 경기장을 찾은 1만1824명의 축구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감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상황' 속에는 '불상사'라 부를 수 있는 장면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날 경기는 31개의 파울과 9장의 옐로카드, 3장의 레드카드가 등장해 전반적으로 거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나 서울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대해 경기 초반부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일찌감치 우려를 낳았다. 서울은 전반20분 터진 기성용의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선 가운데 전반전을 마쳤지만, 이 과정에서 5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전반28분 김치곤이 거친 파울로 경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종민, 기성용, 박용호, 김치우가 줄줄이 노란색 카드의 주인이 됐다.

전반 내내 그라운드를 감돌던 불안한 그림자는 결국 후반 들어 '파국'으로 이어졌다. 후반32분 포항 수비수 김형일이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난 지 2분 만에 서울 수비수 김치곤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자 서울 출전선수들의 울분이 폭발했다.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던 미드필더 김치우마저 옐로카드를 한장 추가해 퇴장 대열에 합류한 이후엔 양 팀 선수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됐다.

귀네슈 감독 또한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K리그에서는 심판 세 명만 있으면 우승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축구 대신 프로야구를 보는 편이 낫겠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문제는 이날 서울 선수들 중 동료들을 통제할 '정신적 구심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판 판정이 적절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서울의 출전 선수 중 동료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작업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인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이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서울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껏 귀네슈호는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정상급 내공을 선보이며 선전했지만, 몸싸움에 능하거나 거친 플레이를 즐기는 상대에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선수들이 경기 중 쉽게 흥분한다는 사실은 '마인드컨트롤'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올 시즌 서울은 정규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 동시 제패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스타일의 상대와 경기를 벌이더라도 자신들만의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선수단의 심리적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리더'는 나이나 기량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 관련기사 ◀
☞'서울 징크스' 날린 파리아스의 3가지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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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네슈 "판정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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