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TV드라마①]한류 곁가지로 빠진 K드라마, 기획이 탈출구

  • 등록 2015-12-12 오전 7:00:00

    수정 2015-12-12 오전 7:00:00

MBC ‘해를 품은 달’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드라마 마이너스 시대다.

한때 만들기만 해도 시청률이 보장되고 수출 판로가 열리던 K-드라마가 위기다. 급변하는 시장은 위축됐고 한류스타 몸값은 내릴 생각이 없다.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제작편수도 필요 이상으로 많다. 이에 반해 국내외 자본의 입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드라마 제작 편수는 사상 최대다. 2014년 제작된 드라마 편수만 총 102편이었다. KBS에서 총 23편의 드라마가 제작됐으며 MBC가 25편, SBS는 24편의 드라마를 내놓았다. 여기에 비지상파인 tvN이 내놓은 20편, 종합편성채널에서 11편의 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일주일 동안 방송되는 드라마만 27개에 이를 정도다. 최근에는 웹드라마 등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까지 쏟아져 나온다. 어떤 작품이 방송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제작 편수는 늘었는데 시청률은 내림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방송된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12.236%였던데 반해 2014년은 6.568%까지 떨어졌다. 시청률 20%가 넘는 이른바 ‘대박 흥행작’은 2010년 전체의 15.7%였으나 지난해에는 단 2.4%에 불과했다. 10% 미만은 37.1%에서 71.4%로 늘었다. 큰 수익을 가져다 준 작품은 급락했는데 실패작은 두 배로 늘었다. ‘잘 만들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드라마는 만들기만 해도 수익이 확보되는 콘텐츠였다. 2011년 방송된 MBC ‘해를 품은 달’의 경우 제작비 74억 원이 들었으나 순이익으로 최소 43억 원 이상을 벌었다. 이중 해외 매출은 30억원 이상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K-드라마는 중국과 일본 등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시장 급변으로 과거와 같은 영광을 다시 누리기 어렵다. 한류 최대 시장이었던 일본은 ‘혐한 분위기’ 조성으로 드라마 수출 단가가 50% 이상 떨어졌다. 중국전송권 금액은 2013년 대비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 시장의 문이 좁아지자 드라마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김수현(왼쪽부터) 이민호 이종혁
드라마 가격은 폭락하는데 제작비는 허리띠를 조르기 힘들다. 드라마 수출의 불문율인 한류스타 섭외, 그것도 남자배우들을 모셔오기가 쉽지 않다.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 ‘상속자들’의 이민호, 김우빈, ‘시크릿가든’의 현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종석 등이 현재 최고의 ‘빅카드’인데 그만큼 몸값도 비싸다. 3년 전과 비교해 편당 제작비가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은 비대해진 ‘스타 머니’의 영향력이 크다는 업계 분석이다.

외국 자본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콘텐츠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되려 한국 제작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08년 677억 달러였던 중국어권 콘텐츠 시장은 올해 176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넘치는 대륙의 돈들은 한류 콘텐츠 제작 업체 투자로 이어지는 중이다. 예전에는 지분참여, 합작투자 등에 그쳤는데 최근에는 경영권 인수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인’ ‘주몽’ ‘프로듀사’ 등을 만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가 중국 DM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후 SH그룹을 인수한 것도 중국 자본의 영향이다. 이로 인해 김종학프로덕션, A9미디어 등이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됐다.

유상원 KBS미디어 드라마 기획팀장은 “K-드라마가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외국 자본의 입김은 강해지고 웹과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 판이 급변할 것이다. 이제는 우수한 콘텐츠를 먼저 기획하는 쪽이 승리자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콘텐츠를 이끄는 시대에서 콘텐츠가 플랫폼을 리드하는 시대로 바뀔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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