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재현됐지만… 그럼에도 역사 속에 희망있어"[인터뷰]①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 인터뷰
12.3 비상계엄 사태에 '서울의 봄' 역주행
안중근 의거 과정 담은 '하얼빈'도 화제
"어두운 역사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며 제작
독립운동가의 정신과 삶 보여주고파
K공작 계획 등 근현대사 소재 작품 기획"
  • 등록 2025-01-16 오전 6:00:00

    수정 2025-01-16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역사는 늘, 자주 반복된다. 그럼에도 되풀이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역사 영화를 만든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제작한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는 힘있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하얼빈’과 ‘서울의 봄’.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과거를 각각 비춘 두 영화가 2025년 을사년을 앞둔 연말, 동시에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 두 영화 모두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한 작품이다.

“과오의 역사, 또 반복…중요 결정 신중히 임했으면”

2023년 11월 개봉해 1312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세력의 군사 반란 실화를 다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청년 세대가 겪어보지 않은 역사를 다룬 시대극에, 극장 비수기로 꼽히는 11월에 개봉하는 악조건에도 ‘서울의 봄’은 1312만명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 속 군사 반란 주도 세력들의 만행을 지켜보고 분노한 관객들이 주도한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강타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2024년 12월, 스크린을 찢고 나온 현실과 함께 ‘서울의 봄’은 다시 흥행을 경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해 계엄군이 국회를 진입하는 모습이 ‘서울의 봄’ 속 장면들과 흡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서울의 봄’은 개봉 후 1년 만에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영화 1위에 등극했다. 인터넷TV(IPTV) 시청수는 1000% 넘게 급증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김원국 대표의 마음은 복잡했다. 김원국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같은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인데 그 역사가 또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우리 모두가 중요한 결정들에 신중히 임했으면 좋겠다. 자극에 휩쓸리지 않고 대중 모두가 자신의 소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일지 끊임없이 성찰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한 신작 ‘하얼빈’ 역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이어지는 혼란한 시국 속 관객들을 만났다. ‘하얼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현빈 분)가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란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각색한 작품이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는 ‘잘 만들어야 본전’이란 인식이 있다. 결말이 정해져 있는데다 실존 인물과 유족들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게 섬세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주인공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위인 ‘안중근’이니 고증의 잣대는 더욱 엄격했을 터다.

김원국 대표는 “영화적인 상상력이나 양념을 집어넣기보단 ‘독립’이란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렸던 그 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나 삶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가 발생한 후 35년이 흐른 뒤에야 광복이 됐다. 의거 직후 광복이 됐다면 광복을 향해 나아가는 클라이맥스의 스토리로 포장을 더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럴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이후에도 끊임없는 암울과 핍박이 이어지는 시대였던 만큼,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어떤 정신을 더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게 지금 시대에도 필요한 메시지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하얼빈’ 포스터(사진=CJ ENM)
“‘하얼빈’의 정신, 현재에도 되새기길”

개봉 시기를 의도한 건 아니나, 김 대표의 바람은 현 시국에 적중했다. ‘이 나라는 어리석은 지도자가 있지만 늘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다.’ 영화에도 등장한 이토 히로부미의 이 실제 어록이 현재에도 적용됐다. 계엄을 겪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고, 이는 사태 이후 11일 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이어졌다.

300억원 이상 제작비를 들인 ‘하얼빈’은 하이브미디어코프 창립 역사상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작품이다. 무거운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이처럼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우리 독립군이 하얼빈으로 향한 여정에는 만주 등 지금의 한반도와 다른 이질적 배경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 과정을 컴퓨터그래픽(CG)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현실처럼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며 “힘들더라도 제대로 촬영해 진짜의 여정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실존 인물 안중근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지점도 언급했다. 그는 “인물을 마냥 영웅화하고 싶지 않았다. 위인보다 인간에 가까웠던 안중근의 세계관에 다가가고 싶었다. 인간으로서 그가 여정에서 느낀 고뇌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얼빈’으로 지금 시국에 거창한 특정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라면서도, “다만 안중근을 포함한 당대의 독립투사들이 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우리나라를 지키려 노력했다는 것. 의거 이후에도 수십 년 억압을 받았지만 이들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우리와 이 나라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 그 정신을 현재의 우리가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도 부연했다.

평소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 대표는 새로운 근현대사 실화 소재 영화 시나리오들도 개발 중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언론 회유 공작을 소재로 다룬 ‘K공작 계획’(가제), 1979년 군사 반란을 일으킨 군 내 사조직 ‘하나회’의 해체 과정을 그린 ‘YS 프로젝트’(가제) 등이다. 김 대표는 “두 작품 모두 대본을 보완하고 개발하는 중”이라며 “완성도를 위해 대본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을 들인다. 이르면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중 크랭크인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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