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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허정무호 황태자' 곽태휘(교토 상가)가 쓰러졌다. 그것도 선수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걸림돌 역할을 했던 무릎 부상이 재발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을 10여일 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맞이한 절체절명의 위기다.
곽태휘는 30일 오후10시(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소재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A매치 평가전(한국 0-1패)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당해 전반33분에 교체 아웃됐다.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와 한 차례 충돌했고, 불안정한 자세로 넘어지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곽태휘는 그리 고통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상반신을 일으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두 발을 딛고 일어서지는 못했다. 그저 손가락으로 왼쪽 무릎을 가리키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곽태휘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동료 선수들이 의무팀을 불렀고, 결국 곽태휘는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 밖으로 벗어났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대타로는 주전경쟁 중인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가 나섰고, 곽태휘는 정밀검사를 위해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곽태휘는 당당한 체격조건과 투혼으로 무장해 경쟁력을 인정받는 수비자원이다. 터프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인방어를 통해 상대 주포를 꽁꽁 묶는 역할을 수행한다. 저마다 최고를 자부하는 대표팀 수비자원 중에서도 돋보이는 방어력을 지녔다.
하지만 곽태휘가 국가대표팀 디펜스라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A매치 출장 기록이 14경기에 그친다. 중요한 순간마다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기회를 놓친 탓이다.
지난 2008년 초 곽태휘는 발목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를 떠났다. 허정무호 출범 직후 '골 넣는 수비수'로 불리며 주목받았지만, 오른 발목을 다쳐 반년 가까이를 쉬었다. 이후 당당히 그라운드에 복귀했으나 다시 오른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고 다시 10개월을 재활에만 전념했다.
벨라루스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다친 부위는 왼쪽 무릎이다. 정밀진단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속단할 순 없지만, 가벼운 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상 부위가 중상이 속출하는 무릎인 점, 곽태휘가 사고 당시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다는 점 등에서 우려의 시선이 모아진다. 혹여 가벼운 부상으로 밝혀진다하더라도 월드컵 본선 개막 시점까지 정상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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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 수비진, 완성도 감소 우려
선수 자신 뿐만 아니라 대표팀 전체에게도 곽태휘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만약 곽태휘가 왼 무릎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할 경우, 디펜스라인 경쟁력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월드컵에 나서는 각국대표팀들은 대개 23명의 최종엔트리 중 중앙수비수의 몫으로 네 자리를 남겨둔다. 만약 곽태휘가 낙마한다면, 허정무 감독 또한 조용형-이정수-김형일(포항 스틸러스) 등 기존 센터백들에 더해 한 명의 중앙수비수를 추가 보강해야만 한다. 강민수(수원 삼성), 황재원(포항 스틸러스) 등의 대체재가 있지만, '수비 조직력' 차원에서 완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곽태휘의 갑작스런 부상과 함께 허정무호 코칭스태프는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심각한 숙제를 받아쥐게 됐다. 곽태휘는 과연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만약 아니라면, 허정무 감독은 짧은 시간 동안 곽태휘의 공백을 메울 만한 새 옵션을 발굴해낼 수 있을까. 지금 축구팬들의 우려섞인 시선이 허정무호의 위험지역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