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현행 체제’, 경쟁도 국민적 관심도 모두 뜨겁다

대한체육회장 최초로 6명 후보 출마
대한축구협회장은 12년 만에 경선
현행 체제에 대한 비판과 개혁 역설
연임 노리는 수장들도 변화 앞세워
  • 등록 2024-12-27 오전 12:00:00

    수정 2024-12-27 오전 12:00:00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체육계와 축구 수장을 뽑는 선거 열기가 뜨겁다. 공교롭게도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모두 현행 체제가 흔들리면서 기존 세력에 대한 거센 도전·반발과 함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체육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대한체육회장·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모두 다자 구도로 형성됐다.

먼저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총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3선을 노리는 이기흥 회장을 비롯해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 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던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은 강신욱 후보로 단일화를 선언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야권 단일화를 호소하며 불출마했다.

박 전 회장과 안 전 시장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6명의 후보가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됐다. 5명의 후보가 뛰어들었던 2016년, 4명의 후보가 경쟁했던 2020년의 경쟁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6파전 양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체육계를 향한 변화와 열망의 욕구가 크다. 그 중심에는 대한체육회를 이끌어 온 이기흥 후보가 있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를 통해 대한체육회장직에 오른 이 후보는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3선으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현재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후보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직무 정지까지 당했다.

현재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양상은 이기흥 대 반(反) 이기흥 구도다. 이 후보를 제외한 5명의 후보는 ‘더 이상 이 후보에게 한국 체육 수장 자리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니정재단빌딩에서 열린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몽규 회장이 4선을 노리는 가운데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12년 만에 경선 구도가 형성된 것은 대한축구협회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바람에서다.

정몽규 후보는 지난 2013년 1월 처음 대한축구협회장 수장을 맡았다. 이후 무난히 2, 3선에 성공했고 4번째 임기를 노린다. 정 후보 역시 4선 가도가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비리 축구인 사면 시도부터 올해 대표팀 감독 선임 불공정 논란, 축구협회 사유화 의혹 등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있다. 문체부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기도 했다.

변화와 개혁 대상으로 평가받는 이 후보와 정 후보가 ‘변화’, ‘개혁’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채롭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하며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 체육인과 완성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현장과 소통하며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는 “오직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뛰겠다”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체육인들과 함께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26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공약을 발표하며 “국민 소통을 핵심 가치로 협회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집행부 인적 쇄신과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공약을 제시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후보자 간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토론회에도 시선이 쏠린다.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정책 토론회는 내년 1월 4일 열린다. 현행 체육회장 선거 규정상 선거운영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책 토론회는 1회 이상 개최할 수 있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토론회는 신문선 후보의 공개 제안으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신 후보는 지난 6일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투표권자에겐 정보 취득의 기회가 된다”라며 정 후보를 향해선 “업적과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해 직접 소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통해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허정무 후보는 곧장 “저 역시 환영하고 제안하고 싶다”라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 후보도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토론회 참여 의사를 밝히며 “방식이나 시기, 주체는 같이 합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8일 치러진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6일 뒤인 1월 14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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