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SK온이 대규모 유상증자와 계열사 합병으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온은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했고, 이와 함께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해 현금 창출력을 높였다.
다만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주요 고객사의 실적 부진 가능성, 그리고 미국의 정책 변화는 SK온의 신용도 유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온의 이러한 재무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출범이 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이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901만5667주를 발행해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7일 공시했다. 발행가액은 주당 5만5459원이며,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엠에스에너지제일차, 제이차, 제삼차 주식회사가 각각 인수한다. 지난달 1조원에 이어 한달새 자본시장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여력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6월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20조5136억원으로, 이 가운데 SK온이 17조5217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 차입금의 약 85%를 차지한다.
여기에 이익 창출력과 재무구조가 뛰어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SK온의 연결 현금창출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온의 재무적 부담을 완화시킬 주요 계열사로 평가되며, 이번 합병을 통해 SK온은 향후 자본성 자금 조달 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지난 1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했다. SK온 합병 신주를 기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주주인 SK이노베이션에게 교부해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의 SK온에 대한 지분율은 100%에서 88%로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익창출력 및 재무구조가 우수한 계열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흡수합병을 통해 SK온의 현금창출력이 개선되고, 향후 재무부담 상승 혹도가 완화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SK온이 PRS(주가수익스와프) 방식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PRS는 주가 상승 시 차익을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금융 기법이다. SK온 관계자는 “향후 중장기적으로 SK온의 지분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향후 자본 조달의 효과성을 높이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차 산업의 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전환이 필수적인 산업적 흐름이라는 판단 아래 SK온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SK온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주요 설비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자본 지출(CAPEX)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있다. 3분기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SK온은 법인 설립 이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더불어 트럼프 2기 출범이 가져올 정책 변화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정체와 주요 고객사의 판매량 부진,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의 정책 변동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책 변화가 배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면서 SK온의 신용도 유지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배터리 산업 실적 부진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