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국민기업 도약”…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트리거되나

‘청약 3% 제한’ 규정 논란…대량 보유자 주식희석 의무화 ‘국민기업’ 명분 싸움…고려아연, “MOM 제도 도입”
  • 등록 2024-10-31 오후 5:14:47

    수정 2024-10-31 오후 5:14:47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국민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청약 3%’ 제한 규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 9월 30일 기준 지분율은 7.48%로 지난 6월말 대비 7만1766주 줄어든 154만8609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공개매수 청약에 일부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구체적 물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뉴스1
만일 국민연금이 여전히 3%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3% 청약 제한에 국민연금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에서 ‘3% 청약’ 제한을 뒀다.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외부 주주의 참여로 기존 주주의 주식 희석이 불가피한 만큼 보유 비율만큼 청약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하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려아연이 이번 유상증자를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방안으로 내세운 만큼, 청약 제한은 소액주주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고려아연은 실질적으로 소유권 개방이 이뤄지는 지배구조 마련을 위해 ‘개방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예로 ‘비지배주주 다수결 동의(MOM·Majority of minority)’ 제도 도입을 들었다. 이는 정관이 정한 일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배주주를 제외하고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의사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에 따르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그러나 유증 이후 최 씨 일가의 경영권은 유지되는 만큼 기존 대량 보유 주주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즉 고려아연이 이번 유상증자의 명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지 여부가 향후 기업 이미지와 경영권 방향성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단 입장이다. MBK 연합은 “향후 30%나 할인된 가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돼 잔존 주주의 주식 가치는 희석할 것”이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KCC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도 법원은 유상증자시 청약한도 제한에 대해 제동을 건 바 있다.

지난 2003년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78%를 장내에서 매집해 경영권을 위협하자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10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깜짝 발표하면서 KCC의 대규모 유증 참여를 막기 위해 1인당 청약한도를 300주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대주주와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KCC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조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MBK측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 다음날 유증을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방어와 무관한 점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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