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다시 만나요"…남북 예술단 '통일'을 노래하다(종합)

남북 합동공연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 성료
정인·알리·이선희 등 북측 가수와 감동 무대
'다시 만납시다'로 대미…기립박수 이어져
  • 등록 2018-04-03 오후 8:23:55

    수정 2018-04-04 오전 8:27:38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공연을 마친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평양공연공동취재단] “안녕히 다시 만나요.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지난 2월 초 삼지연관현악단이 불렀던 통일 노래 ‘다시 만납시다’가 2개월여 만에 평양에서 우리 예술단과의 합동무대로 다시 울려퍼졌다. 삼지연관현악단과 재회한 가수 서현은 벅찬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북측 가수 김주향과 마주보며 눈물 속에서 웃음을 짓자 객석에서는 기립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남북 예술단이 통일의 염원을 함께 노래했다. 3일 오후 3시(평양시간·서울시간 오후 3시 30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북남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우리는 하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우리 예술단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은 음악으로 하나 되는 감동의 장을 선사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가수 서현(오른쪽)과 북측 최효성이 사회를 보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강산에·백지영 감격에 눈물

지난 1일 우리 측 단독공연에서 사회를 맡았던 가수 서현이 최효성 조선중앙TV 방송원와 함께 사회를 맡았다. 서현은 “처음 뵙는데도 예전에 뵌 것처럼 반가운 느낌이 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최효성은 “북과 남 예술인 무대를 통해 민족의 화해, 단합, 통일을 바라는 지향과 염원이 얼마나 뜨거운지 절감하게 될 것 같다”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초반 레퍼토리는 1일 공연과 비슷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로 막을 올렸다. 가수 정인의 ‘오르막길’, 알리의 ‘펑펑’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이 1일 공연에서 듀엣으로 부른 ‘얼굴’은 북측 가수 김옥주, 송영과 함께 불렀다. 남측의 R&B 창법과 북측의 성악풍 창법이 어우러지는 무대였다.

이어 서현이 1일 공연에서 북측 관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목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관객은 박수로 서현의 무대에 화답했다. 걸그룹 레드벨벳은 ‘빨간 맛’으로 다시금 공연장 분위기를 달궜다. 객석에서는 익숙치 않은 K팝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낯설게 보면서도 박수를 보냈다.

부모님이 실향민인 가수 강산에는 ‘라구요’를 부른 뒤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산에는 “방금 들려드린 노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노래였다”며 “가슴 벅찬 이 자리에 왔을 때부터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해주셔서”라고 말을 맺지 못했다. 큰 박수가 쏟아지자 강산에는 1일 공연에서는 부르지 않았던 ‘넌 할 수 있어’로 북측 관객의 환대에 화답했다.

최진희는 ‘사랑의 미로’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청곡으로 알려진 ‘뒤늦은 후회’를 다시 불렀다.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부른 뒤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 공연에서 가수 강산에가 노래 중간에 돌아가신 이북 출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윤도현 ‘놀새떼’ 소개에 웃음도

이선희는 지난 2월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당시 자신의 노래를 불렀던 김옥주와 함께 ‘J에게’를 열창했다. 이선희는 “옥주 씨를 처음 만났는데 목소리를 듣고 감동했다”며 “16년 전 평양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소중하고 큰 추억으로 남았는데 오늘의 추억도 오래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면서는 무대 전체를 오가며 열창해 객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YB(윤도현밴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일 공연에서 관심을 보였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1178’을 다시 불렀다. 2002년 평양 공연 당시 ‘놀새떼’(북한말로 ‘사투리’라는 뜻)로 소개해 북측 관객의 긴장을 풀었던 YB는 이날 공연에서도 다시 한 번 자신들을 ‘놀새떼’라고 소개해 북측 관객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윤도현이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삼지연관현악단이 정말 훌륭해서 YB랑 합동 공연을 하면 좋겠다”며 “불가능할 것 같지만 전 세계를 돌며 함께 공연하고 싶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는 삼지연관현악단이 장식했다. ‘눈물 젖은 두만강’ ‘아리랑 고개’ 등을 불렀다. 이어 ‘가왕’ 조용필이 무대에 올라 ‘친구여’ ‘모나리자’ 등의 히트곡으로 북측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미는 남북 가수들이 함께 부른 통일 노래로 장식했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시작으로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로 이어졌다. 이날 합동 무대는 삼지연관현악단이 편곡한 화려하면서도 힘찬 분위기의 곡으로 남북 출연진이 합창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북측 관람객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북측 관객 “감동적인 순간”

이날 공연을 관람한 북측 관객은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관객은 “‘우리 둘 사이에는 빈 공간만 남았을 뿐’이라는 가사(YB의 ‘1178’)처럼 우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고 통역도 필요 없는데 만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알제리 출신 유엔 외교관이라고 소개한 한 외국 남성은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두 나라가 어서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박춘남 문화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등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을 마친 예술단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저녁 만찬에 참석한 뒤 3일 밤 후 11시 30분(평양시간·서울시간 4일 자정) 평양국제공항에서 출발해 4일 새벽 1시 30분(서울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우리 예술단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단장을 맡았다. 음악감독을 맡은 가수 겸 작곡가 윤상, 조용필·이선희·최진희·YB(윤도현밴드)·백지영·레드벨벳·정인·서현·알리·강산에·김광민 등 총 11팀의 가수들, 태권도 시범단·공연 스태프·기자단·정부지원 인력까지 186명으로 구성됐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 실황은 오는 5일 저녁 지상파 3사(KBS·MBC·SBS)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방송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가진 남측 단독공연으로 중계된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 공연을 마친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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