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兆 자사주 매입 ‘결단’
삼성전자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1년간 총 10조원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달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소각할 계획인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 4628주, 우선주 691만 2036주다.
삼성전자는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나머지 7조원어치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회사채 발행 등의 계획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현금성 자산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03조7765억원에 달한다. 현금·현금성 자산의 10% 가까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이례적일 정도로 큰 규모이지만, 보유 자산이 넉넉한 만큼 자금 조달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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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9월부터 주요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가 방어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등을 비롯한 최고위 경영진이 줄줄이 자사주를 사들였음에도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었고, ‘역대급’ 자사주 매입 결단까지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애플처럼 주가 부양 카드 성공할까
주목되는 것은 실제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지다. 시장에서는 올해 애플의 천문학적인 자사주 매입을 거론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애플은 5월2일 당시 다소 저조한 실적 등을 이유로 주가가 주당 200달러를 계속 밑돌자, 무려 1100억달러(약 15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단연 사상 최대 규모다. 이후 애플 주가는 꾸준히 반등해 220~23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자사주 매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에 무게가 쏠려 있다.
삼성전자는 큰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경험도 있다. 2015년 10월 중장기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1조4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2017년에는 9조3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고,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50%를 소각했다. 실제 이같은 노력으로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7년여 만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카드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사업 펀더멘털 자체의 변화는 아니어서 그 효과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주가 부양 의지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투자심리 개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