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받고 예산 양보?”…‘이태원 국정조사’ 두고 與野 셈법 복잡

14일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
국민의힘 "수사결과 보고 국정조사 결정하자"
민주당 "성역없는 진상조사가 국회의 책무"
예산안 두고서도 의견차 여전…`발목잡기` 공방
  • 등록 2022-11-14 오후 5:21:30

    수정 2022-11-14 오후 9:26:24

[이데일리 이수빈 배진솔 기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두고 국회의장이 14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장외투쟁으로 국정조사 참여 압박 수위를 높인 민주당은 강행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3선 이상의 중진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 ‘이재명 방탄 국정조사’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 예산안에 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야, 국정조사 참여 합의 못해…24일까지 논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장은 “국정조사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라며 “예산안의 경우 조세 소위도 구성이 안됐는데 정기국회 내 예산심사가 합의될 수 있도록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에 국정조사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그는 “성역없이 또 차별 없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당장 우리가 해야 될 책무”라고 밝혔다.

이미 국정조사에 특검까지 포함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민주당은 국정조사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기본소득당까지 함께 국정조사 요구안을 제출한 만큼 동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기준 민주당이 진행한 서명운동에는 24만 8777명이 참여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선 당권주자들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그런 입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결국 그냥 의장께서는 국회에 여야 합의해 만든 ‘국조법’에 규정된 대로 절차를 이행해 달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선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정조사에 참여하기에는 당내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에 합의하며 당내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사흘 만에 중재안을 파기했지만 이후 ‘윤심(尹心)’이 권 전 원내대표에게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3선 이상 중진들이 모여 논의했는데, 국정조사를 피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였다”며 “수사결과를 보고 미진하거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국정조사를 하자는 건 거의 당론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회견장을 떠났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24일까지 추가 협상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의장실을 나서며 “필요하면 전화나 여러가지로 협의하고 듣겠다”고 말했다.

與 “화끈하게 도와주시라” vs 野 “발목 잡는 건 정부·여당”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해서도 양측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새 정부 출범하며 꼭 필요한 예산을 (야당이) 칼질을 많이 했다”며 “첫해만이라도 화끈하게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전체 상임위에서 수적 열세에 놓인 국민의힘으로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특히 공무원 인건비 등 최소 경비만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일어날 경우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적기에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가뜩이나 심화한 경제위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에 관해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크게는 역대 대통령들 공약으로 해왔던 거니 크게 봐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민주당이 ‘용산 이태원 참사’라 부르며 대통령실 이전과 이태원 참사를 연관짓는 상황에 이전 정부의 공약을 들며 합의점을 찾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불요불급한 예산을 철저하게 가려낼 것”이라며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 삭감 의지를 꺾지 않았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연말이 지나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는 어디서 나왔나. 정부·여당에서 나왔다”며 “저분들은 법정 기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오히려 예산안 발목 잡는 게 정부·여당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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