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붕괴 후폭풍…‘큰손’ 기관 투자자들, 암호화폐서 손뗀다(종합)

테라-루나 이어 FTX 사태까지…'디지털금' 인식 사라져
“한때 잠재 투자 자산으로 검토했지만 이젠 완전히 논외"
개인 투자자도 시장 떠날 조짐…거래소들, 안심시키기 총력
FTX 본사 소재지 바하마와 美선 불법행위 조사 착수
  • 등록 2022-11-14 오후 5:15:18

    수정 2022-11-14 오후 9:28:37

[이데일리 방성훈 김상윤 기자] 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으로 ‘큰손’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다. 올해 연이어 발생한 각종 사고로 암호화폐를 더이상 ‘디지털 금’과 같은 잠재적 투자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FTX가 고객 돈을 불법 유용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파산 신청 직후 미심쩍은 대규모 해킹 사건까지 발생하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급속 확산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테라-루나 이어 FTX 사태까지…‘디지털금·안전피난처’ 인식 실종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기관 투자자들이 한때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잠재적 투자 자산으로 여기고 포트폴리오에 포함했지만, 최근엔 이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FTX의 파산 신청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암호화폐가 주류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가능성이 영구적으로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자산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하니 레드하는 “한때 투자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를) 전략적 자산 배분에 편입할만한 잠재적 자산 클래스로 검토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 비트코인 가격이 6만 7000달러를 돌파했을 때까지만 해도 기관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브릿지워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비트코인의 5%는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컨설팅업체 PwC가 테라-루나 사태에 앞서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42%가 올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7만 5000~10만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후 테라-루나 코인 붕괴, 셀시어스, 스리애로우 등 가상화폐 관련 대출·투자업체 파산, 그리고 이번 FTX의 파산 신청까지 대형 사고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 ‘안전한 피난처’라는 인식도 완전히 사라졌다.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다우딩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암호화폐 가격 폭락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현금을 태우면서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산업이 실패할 운명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분명했다”고 꼬집었다.

기관 투자자뿐 아니다. FTX 사태가 시작된 지난 8일 이후 이날까지 코인베이스 내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75% 급감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를 대거 줄이거나 아예 발을 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국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수석 투자 전략가 살만 아메드는 “FTX 붕괴로 암호화폐 생태계의 생존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지난 11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사의 재무 상태를 상세히 밝히면서,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계정과 자산을 어떻게 더 잘 보호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부채를 상환할 만큼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표하겠다고 고객들과 약속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 (사진= AFP)


FTX 본사 소재지 바하마 경찰, FTX 불법행위 조사 착수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FTX의 본사 소재지인 바하마에선 FTX 파산 신청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행위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하마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범죄수사국 금융수사팀에서 바하마 증권위원회와 긴밀히 협조해 FTX 파산 신청과 관련해 불법행위가 있는지 정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가 게리 왕 FTX 공동 창업자, 니샤드 싱 엔지니어링 디렉터와 바하마 규제당국과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프리드 창업자가 고객들의 계좌에서 자체 발행 코인 FTT를 자신이 설립한 알라메다리서치에 불법 대출해 FTT 가격을 고의로 올렸다는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FTX가 지난 11일 미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 시장에선 ‘코인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는 “FTX의 실패가 암호화폐 업계에 연속적인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FTX의 총부채는 최소 100억달러(약 13조 1300억원)에서 최대 500억달러(약 65조 6300억원)에 이른다. 채권자도 10만명을 넘는다. FT는 FTX의 유동자산은 9억달러(약 1조 18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파산보호 신청 직후엔 총 6억 6200만달러(약 8700억원)에 달하는 코인이 유출되는 해킹사건까지 발생해 시장 충격이 가중됐다. 일각에선 프리드 창업자와 그 측근들이 저지른 내부 소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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