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딸 숨진 이유 부실수사"…법원 "위법 아냐"

'청주 여중생 사건' 유족 손배소 패소
"검찰, 피해자 진술 번복으로 영장 반려한 것"
  • 등록 2024-12-19 오후 6:18:11

    수정 2024-12-19 오후 6:18:11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3년 전 두 여중생을 죽음으로 내몬 일명 ‘청주 여중생 사건’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가 무산됐다.

충북 청주 성안길에 마련된 ‘오창 여중생 사망 100일 추모제’.(사진=뉴시스)
청주지법 민사5 단독 노승욱 판사는 19일 피해 여중생 A양(당시 15세)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A양은 2021년 5월 12일 충북 청주 한 아파트에서 친구 B양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여학생은 생전 B양의 계부 C(59)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다.

사건 이후 유족이 피해 여중생의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3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엄마, 아빠 진짜 사랑한다. 나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엄마, 아빠여서 고마웠다. 나는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고 적혀 있어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청주 여중생의 유서.(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사건 한 달 뒤 피해자 고소를 받아 C씨에 대한 체포 영장(1회)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C씨가 죄를 범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후에도 구속영장(3회)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영장을 반려했다. 결국 두 여학생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지 13일이 지난 뒤에야 C씨는 구속됐다.

청주시 역시 경찰로부터 B양과 C씨를 분리 조치해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B양이 거절했다는 이유로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A양의 유족은 부실 수사와 미흡한 조치를 이유로 수사당국과 청주시를 상대로 2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범죄 수사와 분리조치 과정에서 현저한 위법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노 판사는 “청주시 공무원이 방문 조사할 당시 B양이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고, 분리조치에 대해 강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며 “분리를 원할 경우 언제든 가능하다고 고지한 점 등에 비춰 공무원 수행과 직무의 방법이 위법하거나 현저히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나이,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할 때 공무원으로서 아동학대처벌법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선 “경찰의 첫 구속영장 신청 당시 조사가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B양이 진술을 번복한 점이 있었다”며 “검사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원칙상 부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대신 (정신과) 진료기록을 요청하는 등 빠르게 대처했다”며 원고의 부실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양의 부친은 1심 판결 후 “저는 두 아이에 대한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왔는데 정말 실망스럽다”며 “저의 딸에 대한 범죄는 명확했는데, 수사당국이 할 일을 다했다는 판결을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저는 부모로서 억울한 딸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항소의 뜻을 내비쳤다.

한편 C씨는 강간 치상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대왕고래 시추선 크기가..
  • 상경하는 트랙터
  • 제2의 손흥민
  • 탄핵안 서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