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등급 하향 이어지나…“2분기 변곡점”

ELS 마진콜 발생으로 단기자금시장 교란
증권사 자체헤지 ELS잔액 24조…35% 3월 내 손실구간
유동화증권 2분기 중 만기도래 29조…유동성 부담
대형사 고위험투자도 문제…자본 대비 300%
  • 등록 2020-04-09 오후 5:34:41

    수정 2020-04-10 오후 2:44:52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주가연계증권(ELS)발 유동성 경색이 증권사들의 신용도 하락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권사가 발행한 ELS의 주요 기초자산인 해외지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증거금 납입에 따른 유동성 위험 대두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수년간 집합투자증권 중심으로 해외 대체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유동화증권 차환 위험까지 불거질 가능성이 커 이익 안정성 저하와 자본적정성 훼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ELS 마진콜 발생…단기자금시장 교란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CP 발행액은 21조2472억원으로 전월(15조8375억원)보다 34.16%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주요국 지수 급락에 ELS 마진콜(추가증거금 납부 요청)이 수조원대로 들어왔고 단기간 내 밀려든 증거금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 CP 발행이 급증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달 신한금융투자의 CP 발행금액은 1조3000억원으로 전월(500억원) 발행금액의 26배 증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1조100억원), 미래에셋대우(006800)(1조원), 하나금융투자(6050억원), 삼성증권(016360)(3700억원) 등이 지난달 CP 발행액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9년 말 증권사 자체 헤지 ELS 잔액은 총 23조8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34.8%인 8조3000억원이 3월 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추정했다. ELS 기초자산 편입이 가장 많은 유로스톡스50(Eurostoxx50)은 21조4000억원 가운데 6조7000억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수가 2300선(3월16일)까지 하락하면서 전체 물량의 90%가 손실 구간에 돌입한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증권사가 유동성 및 신용공여한 유동화증권은 일반적으로 3개월 이내 차환하는 구조로, 미매각 시 증권사가 매입해야 한다. 현재 2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ABCP, ABSTB) 잔액은 약 29조원(4월 13조7000억원, 5월 8조9000억원, 6월 6조8000억원)으로 파악된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ELS 낙인(Knock in·손실 구간 진입) 위험은 잔여 물량이 해소되는 시점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2분기 이후에도 증권사 실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유동화증권 차환 위험은 2분기 중 증권사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킬 잠재적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대형사 중심 고위험투자 자기자본 3배…신용도 하향 적극 검토

대형사 중심의 고위험투자 증가도 문제로 꼽힌다.

한신평에 따르면 주요 대형증권사들의 고위험 익스포저는 2015년 말 58조4000억원에서 2019년 말 127조7000억원으로 69조3000억원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로는 201%에서 315%까지 114%포인트나 늘었다.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증가로 집합투자증권이 2015년 말 9조원에서 2019년 말 33조원으로 늘어 증가율이 270%에 달한다.

김 수석 연구원은 “집합투자증권 내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미매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고위험 투자는 비유동성 자산이 대부분으로 유동성 측면에서 불안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대형사들이 현재 기준 자본의 300% 내외의 고위험 투자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어 위기상황에서 유동성 대응 능력, 이익 안정성 저하, 자본 적정성 훼손 등의 문제가 부각되는 경우 신용도 하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의 자본 대비 고위험 익스포저가 425%로 가장 높다. 이어 한국투자증권(332%), NH투자증권(005940)(330%), 삼성증권(313%), 신한금융투자(304%) 순이다.

유동성 대응과 조달구조 개선 필요

한신평은 증권업 환경 악화로 대형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유동성 대응과 조달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금융투자 사업자 출범 후 비유동성 자산(대출, 자기자본투자)이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단기성 자금 조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형증권사의 조달구조를 살펴보면 A증권사는 단기성 차입이 73.4%, 장기성 차입이 26.6%이고 B증권사도 각각 76.7%, 23.3% 수준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장기성 차입이 81.1%에 달하고 단기성 차입은 18.9%에 불과하다. 노무라의 경우는 90.4%가 장기성 차입이고 9.6%가 단기성 차입이다. 김 수석 연구원은 “조달 채널의 다변화, 차입 부채의 만기화를 통해 보다 안정성 높은 조달구조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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