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억 쏟는 ‘한국형 스테이션F’…“차별성 없다” 지적

국회 예산정책처 “내년도 예산 조정해야”
기존 창업시설과 차별점 고민 필요
구체적인 방안 없어 목적 달성 의문
사업 추진 지연…올해 예산도 미집행
중기부 “구체적인 방안 마련해 차별화”
  • 등록 2024-10-30 오후 5:44:44

    수정 2024-10-31 오전 9:02:58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정부가 약 319억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글로벌 창업 허브’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기존에 운영 중인 창업지원시설과 차별성이 없어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지적이 나오면서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글로벌 창업 허브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30일 예정처가 발간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글로벌 창업 허브 구축사업을 위해 내년에 318억 8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글로벌 창업 허브는 서울 홍대와 부산 북항 인근 2곳에 조성하는 창업 거점이다. 중기부는 2026년까지 서울과 부산에 각각 200개씩 총 400개의 딥테크 벤처·스타트업을 유치하고 투자자와 지원기관을 한곳에 모은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창업 허브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F’를 차용해 ‘한국형 스테이션F’로 불린다. 하지만 프랑스 스테이션F와는 여건 자체가 달라 글로벌 창업 거점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프랑스 스테이션F의 경우 시설 면적이 3만 4000㎡ 규모로 여의도 공원의 15배에 달한다. 작업공간은 3000여개, 입주사는 1000여곳에 달한다. 반면 글로벌 창업 허브 홍대는 입주사 규모가 100곳 내외에 그친다.

예정처는 “스테이션F와 같은 선행 운영전략이 본 사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다르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면 다른 글로벌 창업 클러스터에 근접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운영전략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본 사업은 당초 목표한 글로벌 창업 클러스터로 발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다른 창업지원시설과도 전략적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기부는 이미 서울 강남구에 창업지원시설인 ‘팁스타운’을 운영 중이며 이곳에 해외 스타트업 인재를 지원할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도 개소했다. 하지만 글로벌 창업 허브는 강북에 거점을 세워 운영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정처는 “사업 목표가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시설 활용방안이나 운영 전략이 마련되지 않아 국내 다른 창업지원시설과 전략적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며 “글로벌 클러스터 구축은 단순 공간 마련의 개념이 아니라 주변 창업시설과의 유기적 조화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꼬집었다. 해당 사업을 위한 설계비, 조성지 사전추진비 등으로 올해 예산에 15억원을 편성했으나 대부분 집행하지 못한 상황이어서다. 지난 8월 말 기준 사업 집행액은 5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2025년 편성 사업비에는 리모델링 공사비 314억 4500만원과 부대경비 4억 4000만원 등을 포함했다”며 “설계 이후 단계의 예산에 대한 향후 집행 가능성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 창업 허브 홍대가 입주할 공간은 신축 건물로 이달 완공했다”며 “올해 안에 설계 공고를 시작해 내년부터 공사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존 창업지원시설 등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딥테크 기업과 대기업, 글로벌 VC 등으로 구성한 민간 자문위원회를 조만간 발족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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