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17일 이데일리가 개최한 ‘제11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컨퍼런스(IBFC)’에서 “작은 개발도상국들이 엘살바도르의 실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달러를 법정화폐로 도입한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와 상관없이 미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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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주권 국가의 비트코인 수용’을 올해 주목해야 할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 가운데 첫째로 꼽았다. 중남미의 최빈국으로 서울보다도 인구가 적은 엘살바도르(약 680만명)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하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 이후 시작된 양적완화로 인플레를 겪기도 했다.
그는 “엘살바도르 사례 자체는 작고 의미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이 실험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국가가 많다”며 “앞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하거나 중앙은행 등 정부기관이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에 편입하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와 일대일로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시장도 올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USDC, 테더(USDT), BUSD 등 3대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이 10배 커지는 등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정 센터장은 “미 규제 당국은 발행 주체에 제약이 없던 스테이블 코인을 이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기관만 발행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한다”며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이 미 달러 기축통화 효용을 확대하는데 유용하다고 판단한 건데, 법제화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장 성장에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 스테이블 코인 중 두 번째로 시총이 큰 USDC가 1위 USDT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테더는 가치 고정에 관한 시장의 신뢰가 적은 반면, 미국 소재의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행한 USDC는 미 규제당국의 관할권 안에 있어 더 큰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내년에…“尹 정부, 암호화폐 규제·진흥 분리해야”
정 센터장은 “대중의 요구, 전통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수탁업무 진출 등 승인해야 할 요인이 있고 방향성도 맞다”면서도 “다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시장이 가격 조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절해왔는데, 승인할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출범을 앞둔 차기 정부에 관한 제언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암호화폐 투자 수익에 대해 5000만원까지 과세하지 않고, 암호화폐 공개(ICO)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디지털자산 기본법’도 제정하겠다고 했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디지털 경제 G3 달성을 위해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진흥시켜야 한다”며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 장치와 함께 증권형 토큰(STO)를 포함한 ICO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체불가토큰(NFT)은 아직 규제하기 이른 단계”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