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전세사기' 母女 감형…法 "경제 손해 실질회복 참작"

김씨, 딸 명의로 수백채 '갭투자'…사기 혐의
1심 25년 → 2심 15년…딸들도 집행유예 감형
法 "피해자 기망…부동산 정책탓 인정 어려워"
  • 등록 2024-12-12 오후 4:49:40

    수정 2024-12-12 오후 4:49:40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자기 자본 없이 빌라 수백채를 사들인 채 임차인의 보증금을 편취한 이른바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들이 항소심서 감형됐다.

지난달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김모씨에게 징역 합계 1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자신과 두 딸의 명의로 빌라 수백채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임차인에게 보증금 약 795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같은 사건으로 두 건의 재판을 받았는데 1심에서는 각각 징역 10년과 15년을 받아 총 25년형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각 징역 5년과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 빌라를 취득해 임차인에게서 임대차 보증금을 받을 것을 기대하거나, 부동산 지대가 오를 것이란 기대 하에 자기가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로 임대 사업을 확장했다”며 “그 규모가 매수인이 지급할 수 있는 대금을 월등히 초과한다는 것을 임차인은 안내받았어야 했는데 그 누구도 이를 고지하지 않아 피해자를 기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분양계약에 따른 판촉비 명목으로 (건축주로부터) 리베이트비를 지급하는 데 급급했다”며 “피해자들은 상당수 사회 초년생으로 임차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임차보증금이 재산의 대부분이거나 전부였던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위협했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항소심에서 이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원인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 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사 그렇다고 해도 임차인에게 모든 위험을 부담하게 하고 리베이트로 자기 이익을 실현한 피고인이 부동산 정책이 사기 범행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다만 김씨 일당이 실제 편취한 금액이 임대차보증금이 아닌 리베이트 규모 정도고, 피해자의 상당수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대위변제 받은 점 등을 들어 양형 사유에 반영했다. 또 재판부는 “공사로 전가된 피해금도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 등을 통해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록 피고인의 노력에 따른 것은 아니나 경제적 손해가 실질 회복된 것을 양형에 참작한다”고 밝혔다.

김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두 딸 역시 1심 징역 2년이었던 것이 2심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사기 범행에 가담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 4명도 항소심 재판 과정 중 피해자 13명과 추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감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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