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루나·테라 사태 긴급점검…“투자자 보호 어려워”

정은보 금감원장 “루나·테라 사태로 이용자 피해 발생 우려...원인 파악해야”
관계법령 부재…자금세탁 연관성 외 당국 개입 어려워
금융당국, '영끌' 대출자 부실 가능성 예의 주시
  • 등록 2022-05-17 오후 6:50:14

    수정 2022-05-17 오후 8:52:48

[이데일리 박철근 김정현 기자] “루나와 테라 사태는 가상자산시장의 신뢰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이용자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토록 원인을 파악해달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큰 충격을 안겨 준 루나·테라 사태에 대해 감독당국 차원에서 현황 및 원인 파악을 지시했다.

정 원장은 이날 주재한 임원회의에서 “관계법령이 없어 감독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피해상황 및 발생원인 등을 파악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법적으로 제도화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는 있다”면서도 “가격이나 거래 동향이라든지 숫자 현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시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사태파악에는 나서고 있지만 실직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령이 없어서다.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루나와 관련한 거래량, 보유 투자자수, 금액별 인원수, 고액 투자자수,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응책 등 전반적인 현황 자료를 요청한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금융위는 가상자산이 자금세탁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조사·검사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수 있어 국내 거래소들에 투자자들이 유의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요청 자료를 분석한 뒤 일종의 ‘백서’를 만들 계획”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키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해당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 원장도 이날 “앞으로 제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피해 예방, 적격 ICO(가상화폐공개)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루나·테라 사태가 자칫 기존 금융권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소위 ‘영끌’했던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거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 이데일리DB)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가운데 어느 정도가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됐는지 알 수는 없다”면서도 “대출금을 루나 등에 투자한 뒤 모두 잃었다면 부실 차주로 이어져 은행 등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금융권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지속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원장은 “역외거래 중심의 가상자산시장의 특성상 앞으로 해외 주요감독당국과도 가상자산 규율체계와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도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가상자산의 특성상 국내에서만 검사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국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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