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망 관리 ‘구멍’…요소수 품귀 대란 ‘부채질’(종합)

“미·중 무역갈등 연장 선상인데”…안이한 대처에 ‘예견된 사태’
“수급난 해결할 묘책 없어”…‘플랜B·수입처 다변화’ 노력 미흡
위드 코로나 경기회복·수출 확대 지속에 ‘찬물’ 끼얹을 수도
  • 등록 2021-11-03 오후 8:28:47

    수정 2021-11-07 오전 9:25:31

[이데일리 문승관 박순엽 기자] 디젤(경유) 차량에 주입하는 ‘요소수’ 품귀 대란을 둘러싸고 정부의 늑장대처와 공급망 관리 허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안보에 구멍이 뚫린 셈인데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한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의 안일한 대체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3일 경기도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 인근 주유소에 요소수 공급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요소 전량 수입…이중 70% 中서 수입

우리나라는 요소, 암모니아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이 중 70%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 요소 수출검사 의무화 조처를 내리면서 요소 수입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 등을 협의했지만 묘수를 찾지 못했다. 3일에도 정부는 환경부 주재로 회의를 열었지만 요소수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단속 규정만 마련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요소수 수급과 관련한 이상 징후가 오래전부터 나타났지만 정부가 비상사태를 대비한 ‘플랜B’나 ‘요소수 수입처 다변화’ 등의 대책 마련이 미흡했던 만큼 예견된 사태라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갈수록 강해지는 자국 중심주의화에 요소수 등의 산업 필수 품목에 대한 자급구조를 미리 만들지 못한 점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장서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요소수의 재고량을 늘리는 등 중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면서 국내에서 일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한 것은 호주와 석탄 분쟁문제가 결정적이다. 요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연료에서 나오는 암모니아에서 추출한다.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를 추출하려면 석탄이 필요한데 이 석탄의 상당수를 호주산 석탄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호주산 석탄이 중국에 들어 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호주산 석탄이 중국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양국간 무역분쟁과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호주가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한 2018년이 시발점이었다. 중국도 수입규제로 호주에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호주에서 생산한 목재, 소고기, 와인, 구리, 면화, 구리 광석 , 석탄 등이 수입제한 대상이었다.

아울러 중국 내 전력난과 식량 문제와도 직결해있다.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은 중국은 석탄 발전 감소, 이에 따른 전력난, 마그네슘 생산 감소까지 그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요소는 농사용 화학 비료에 주성분으로 쓰인다. 내년 봄 농번기 때 쓸 비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석탄 공급에 문제가 생긴 중국으로서는 겨울철 난방문제와 농번기에 쓸 요소를 미리 비축하기 위해 수출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에너지와 식량 안보 문제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국내에선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10년 전에 요소수 생산을 거의 중단했다”며 “정부도 일단은 중국과 협의 중인데 중국 내부 사정 탓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요소수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마저 요소 수출을 금지한 상황에서 러시아 물량을 들여오려면 내년 1월에나 가능해 올 하반기 요소수 대란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가격에 장거리 운행 꺼리는 화물차

요소수 공급 부족에 따른 물류대란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운행 중인 화물차 330만여대 중 60%에 달하는 200만여대는 요소수가 있어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물차의 경우 요소수 없인 배출가스 기준을 맞출 수 없고 일부 차량은 요소수가 부족하면 차량 내부 장치가 고장 나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요소수 10리터(ℓ)로 1만 킬로미터(㎞)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승용차와 달리 대형 화물차는 10ℓ로 300~400㎞밖에 주행하지 못해 2~3일마다 요소수를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화물차 기사들 사이에선 요소수 부족을 이유로 장거리 운행을 꺼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요소수 가격이 평소의 10배 이상 치솟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화물차 기사 김모(56)씨는 “주유소 열 곳을 다녔는데도 요소수가 있다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며“지금 보유하고 있는 요소수로는 2~3일 정도밖에 못 버틴다”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장거리 운행을 피하려는 화물차 기사들도 많다”며 “정부는 화물기사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롯데정밀화학·KG케미칼 등 국내 요소수 제조업체들이 현재 보유한 요소수 재고가 1~2개월 분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요소수 재고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위드 코로나에 따른 내수 활성화 기대와 수출 확대 지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소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대형 화물트럭의 운용이 힘들어져서 비대면 소비뿐 아니라 전반적인 내수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물가 상승도 마찬가지로 위드 코로나를 통한 경기회복에 위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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