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주주 3억`에만 고집하는 정부의 정책 일관성

삼성전자 소액주주 10배 증가 등 미증유의 변화
정부 '코로나19' 이전 추정 근거로 3억 하향 강행
3년 전 추진한 임대주택 등록제는 '백지화' 전례
  • 등록 2020-10-21 오후 11:11:18

    수정 2020-10-22 오전 6:14:37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약 14만명이 살던 중소도시에 이주민이 몰려들며 불과 3년 만에 인구가 150만명에 육박하는 대도시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이곳의 정책 담당자가 10배 이상 늘어난 인구를 고려하지 않고 3년 전 확정한 도시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하고 극심한 주택난으로 노숙자가 넘쳐날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영화나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이런 극적인 변화가 실제 우리 증권시장에서 일어났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의 소액주주 수는 2017년 말 14만 4283명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동학개미운동의 여파로 올 6월 말 현재 145만 4373명으로 급증했다. 동학개미들은 코로나19 이후 거센 외국인 매도세에도 우리 증시를 지탱하며, 연중 저점 대비 주가 상승률이 주요 20개국(G20) 중 선두권을 달리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동학개미들의 증시 기여도를 인정하면서도, 올 하반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에 대해선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출 경우, 연말에 10조원 이상의 개인 순매도가 쏟아지는 등 증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동학개미들도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을 유예하라며 청와대 국민 청원에 20만명 이상 동의, 정부의 정책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년 전 확정된 사안”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근거로 요건 하향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2017년 말 내놓았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며 사실상 백지화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엔 2023년부터 연간 2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려던 방안도 개인투자자 반발을 감안해 50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번 사안도 대주주 범위를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 등에서 개인별 과세로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3억원 하향만 정책 일관성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하향했을 때 양도세 부과 대상자가 9만명 정도라고 추정한 것은 지난해 말 기준이다. 당시는 코로나19 사태 전이었고 동학개미란 말도 세상에 없었다. 이후 우리 증시는 동학개미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의 유입으로 미증유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인구 14만명의 도시가 3년 새 150만명의 광역시급 도시로 성장했는데, 과거에 확정한 도시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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