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자마자…7년 만에 현충원 찾은 日 외무상

이와야 日 외무상, 한일 외교장관 회담 위해 1박 2일 방한
현충원 찾아 참배 및 묵념…2018년 고노 다로 후 처음
'사도광산' 앙금 풀고 트럼프 시대 대북 협력 강화 포석
조태열 외교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14일 崔 대행 예방도
  • 등록 2025-01-14 오후 7:01:00

    수정 2025-01-14 오후 7:01: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13일 한국을 찾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무상이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 일본 외무상의 현충원 참배는 7년 만이다. 일본이 한일 관계 강화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한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와야 외무상은 이날 오전 김포를 통해 한국에 도착한 직후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등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이와야 외무상은 현충탑 앞에 도착해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분향·참배·묵념을 차례로 진행했다. 이어 ‘2025년 1월 13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의 방한’이라고 영어로 적힌 방명록 아래 일본어로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일본 외무상의 현충원 참배는 2018년 4월 고노 다로 외무상 이후 처음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말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으로 생긴 앙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일 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개선되다 지난해 11월 사도광산 추도식을 계기로 냉랭해졌다. 한국은 지난해 7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허락하는 조건으로 매년 추도식을 열고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라고 일본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사도섬에 설치된 전시 시설에는 조선인 징용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표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전시물에는 조선인을 비하하는 민족 차별적 표현이 포함됐다. 또 지난해 11월 열린 추도식은 일본 측의 추도사 내용 등이 한일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에 한국 정부가 불참한 채 반쪽짜리 행사로 열렸고,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이와야 외무상 방한과 현충원 참배 등으로 다시 양국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립현충원에 묻힌 순국선열의 대다수는 6·25전쟁 전사자라는 점에서 한일 안보 협력 등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지난 6일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즉흥적이고 정상급 직접 대화를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만큼, 동북아시아 질서도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에 일본이 한발 앞서 한일, 한미일 협력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자는 의지를 전했다는 것이다.

한편 조태열 외교장관과 이와야 외무상은 이날 오후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공동 기자회견도 열었다. 한일 외교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2011년 10월 이후 14년 만이다. 두 외교 수장은 회견 이후 저녁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야 외무상은 14일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예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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