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들리는 이야기다. 국내 대기업들이 뉴노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사냥에 나서면서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M&A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C레벨급 임원에 M&A 전문가를 데려오면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M&A 광폭 행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업계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
주요 기업 인사 키워드 ‘M&A’
이러한 분위기는 연말을 앞두고 이뤄진 주요 기업들의 인사개편에서 엿볼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AI나 5G, 전장 등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판단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는 정현호 사업지원 TF팀장(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부회장은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삼성전자 및 전자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굴해 ‘뉴 삼성’의 미래 준비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하나의 딜에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SK하이닉스도 업계 내 M&A 전문가로 통하는 노종원 경영지원책임자(CFO) 겸 미래전략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노 사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부터 도시바메모리 투자, ADT캡스 인수, 인텔 낸드사업 인수, 매그나칩반도체 사업부 투자 등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글로벌 확장을 위해 관련 인사 및 조직 개편에 한창이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 세나테크놀로지를 비롯해 23개 업체를 인수한 카카오는 최근 자회사 카카오페이의 신원근 전략 총괄 부사장(CSO)을 페이 차기 CEO에 내정했다. 그는 전략적 M&A를 통해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손해보험 등의 설립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이를 통해 사업을 보다 확장하고 글로벌 역량을 다지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아예 M&A 역량을 갖춘 인물들을 C레벨급으로 내정했다. 회사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M&A 업무를 담당했던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차기 CEO로 내정했다. 또 차기 CFO로는 김남선 책임리더를 내정한 상태다. 그는 맥쿼리자산운용 사모펀드 재직 당시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 등을 주도한 M&A 전문가다. 네이버 합류 이후에는 왓패드 인수 및 이마트·신세계와의 지분 교환 등을 주도했다.
기술개발 기업 트렌드 M&A로 나타나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미국과 유럽에 그린필드 또는 M&A를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있어 트렌디한 기술 개발 기업 등에 대한 M&A가 급증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조직개편을 통해 변화를 줬다. 회사는 지난 6월 M&A 등 전략적 투자를 추진할 성장지원실을 구성했다. 여기에 M&A 전문가인 안재훈 전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전무를 영입해 성장지원실 실장에 선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의 M&A 관심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M&A 및 전략적 제휴 붐의 원년”이라며 “유동성 홍수 속 기업마다 충분한 총알(현금)이 장전된 상태인데, 기술의 시대에 있어 투자는 주로 M&A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기술의 시대에는 증시 버블과 M&A 붐이 함께 나타났지만, 최근 유동성 홍수로 증시 버블은 커진 것에 반해 M&A는 줄었다”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은 M&A에도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