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치며 “먹먹해”…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이틀차, 추모 발길 계속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전날 4038명 방문
성호 그으며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도 사는데”
정치·종교계 인사 다녀가…시민들 눈물 훔쳐
  • 등록 2022-11-01 오후 5:59:45

    수정 2022-11-01 오후 6:14:3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안 오면 후회할 거 같아서 시간 나자마자 바로 와봤어요…숨이 잘 안 쉬어지네요.”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1일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진정시키려 했다. 이씨는 “처음엔 사고 정도인 줄 알았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아니더라”며 “녹사평역 분향소는 도저히 못 가겠어서 서울광장으로 왔는데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고 했다. 말을 잇지 못한 그는 훌쩍이며 광장을 빠져나갔다.

1일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15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지 이틀째. 이날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 인사들을 비롯해 종교계 인사까지 합동분향소를 찾으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국화가 한 송이씩 늘어갔다.

방명록 작성까지 마치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분향소를 나온 김모(66)씨는 “마음 너무 아파서 그저께부터 엄청 울었다”며 다시 성호를 그었다. 김씨는 “원래 앰뷸런스가 지나가면 성호를 긋는 습관이 있는데 사고 당일에 너무 많이 지나가더라”며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도 오래 사는데 어린 친구들이 너무 불쌍해서 어떡하나”고 울먹였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분향소를 찾았다는 60대 여성 박모씨는 “(피해자들) 10대는 우리 손주 같고, 50대는 동생 같고 조카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마음 같아선 여러 번 추모하고 싶은데 한 번만 하는 거라고 해서 오늘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정치계 인사들과 종교계 인사들도 발걸음을 이어갔다. 전날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의원 전원과 서울광장을 찾아 추모했다.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승복을 입은 불교계 지도자 등은 추모의 뜻을 표한 뒤 교단별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참배 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참사가 일어나 매우 안타깝고, 국민과 모든 분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이라며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결해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당부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전날 오후 5시 기준 총 4038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는 매일 오전 8시∼오후 10시 조문객을 받는다.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6일간 운영된다.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걸어서 8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24시간 운영된다. 서울 양천구와 성북구, 서대문구 등 다른 자치구에도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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