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영향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자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과 투자 활동이 주춤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이끌며 투자시장을 견인했고, 아랍에미리트(UAE)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에 성공해 창업 생태계를 살렸다. 이에 더해 상반기 자금을 조달받은 운용사(GP) 및 초기 창업 기업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하반기 시장 분위기가 살아날지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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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데이터 플랫폼 매그니트 따르면 올해 상반기 MENA 지역 VC 펀딩 규모가 7억 6800만달러(약 1조 604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수치다. 특히 UAE와 이집트 투자사의 펀딩 규모가 전년 대비 각각 19%, 75%가 감소하는 등 MENA 자본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는 2년 연속으로 MENA 지역 펀딩 1위를 차지하며 자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구체적으로 사우디 펀딩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4억 1200만달러(약 569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한 수치다. 사우디 VC들의 MENA 지역 자금 조달 점유율 역시 지난해 상반기 38%에서 올해 54%까지 폭증했다.
다른 국가보다 비교적 자금 조달에 수월했던 영향 덕에 딜(deal) 역시 MENA 지역 전체 211건 가운데 63건이 사우디에서 이뤄졌다. 메가 딜도 발생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살라’가 주인공으로, 살라는 지난 3월 1억 3000만달러(약 1795억원) 규모의 프리IPO 라운드에 성공했다.
경쟁국인 UAE의 경우 자금 조달 규모 자체는 총 2억 2500만달러(약 3106억원)로 줄었지만, 딜 건수는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타트업 씬에서는 UAE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례가 MENA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는 이야기다. 왐다캐피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UAE 기반의 스타트업 91곳이 4억 5500만달러(약 6281억원)를 모금했다. UAE 지역 스타트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억 400만달러(약 8338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받았다.
전체 규모로 따져보면 MENA 지역 스타트업은 지난해 상반기 총 16억달러(약 2조 2088억원)를 조달했다가, 올해에는 조달금이 8억 8200만달러(약 1조 2176억원)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대폭 감소했지만, UAE 지역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을 이끌어 스타트업 시장에 혹한기가 그나마 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동 자본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과 중동전쟁으로 인한 지역 내 불안 고조로 기관투자자(LP)나 GP들이 돈을 풀기보다는 관망하자는 분위기 였다”며 “그럼에도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늘어났거나, 펀드레이징에 성공한 GP 수가 많아졌던 것으로 볼때 하반기 드라이 파우더(미소진자금)를 풀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