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전 세계를 뒤흔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윤곽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관세맨’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무역파트너국 전체에 10~20%의 보편관세 부과를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일괄적으로 보편관세 카드를 꺼내 든 후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낸 이후 해당 국가는 관세부과를 면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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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 방송은 이날 4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은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보편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당시인 2019년 멕시코가 이민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IEEPA를 통한 관세부과를 위협한 바 있다. 멕시코가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카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이번에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NN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IEEPA가 엄격한 요건 없이도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국가 경제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울러 국가 통화 평가절하 또는 무역수지를 줄이기 위해 수입제한 및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122조, 1기 당시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던 무역확장법 232조, 중국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무역법 301조 등도 함께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 협상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적 관세가 IEEPA에 근거해 충분한 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방안은 법원에서 도전을 받겠지만,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에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용어설명: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과거엔 자산동결, 거래금지, 수출입 제한 등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