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MG손해보험 매각 작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한달여가 지났지만, 노조 반대에 부딪혀 실사조차 진행하지 못한 탓이다. 이번 매각이 무산된다면 MG손보는 재매각보다는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경우 기존 고객들의 계약이 이관되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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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투자은행(IB)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M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아직 실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메리츠화재는 MG손해보험 측에 고객 관련 자료와 보험부채 현황, 국내외 투자자산 등의 자료를 요구했지만 노조 측의 반대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G손해보험 노조는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특히 메리츠그룹이 성과주의 경영 기조로 유명한 만큼 인수 마무리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영진 전국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은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전 임직원이 길바닥이 나앉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P&A 방식의 매각은 우량 자산만을 선별해 인수할 수 있는데다 고용 승계 의무도 없다.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과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의 피해도 보전하지 않는다. 또 우량 자산과 부채를 넘긴 뒤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기존 주주들에게도 최악의 방식으로 여겨진다. 사실상 메리츠화재만 좋은 인수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MG손해보험의 매각이 재차 무산될 경우 재매각 대신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가 2023년 MG손해보험 매각을 개시한 이후 4번의 매각 무산 끝에 메리츠화재를 우협으로 선정했다. 통상 기업 인수에 있어 실사 기간이 1~2달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메리츠화재가 우협 지위를 반납하고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MG손해보험이 청산될 경우 기존 계약은 다른 손보사로 이전된다. 과거 리젠트화재가 2003년 파산했을 당시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현 KB손해보험),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등 5개 보험사로 리젠트화재의 계약이 이전됐다. 다만 보험계약의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계약 이전에 실패한다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해약 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IB업계 관계자는 “MG손해보험 매각이 불발된다면 대기 중인 보험사 매물의 딜에도 영향을 줄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가 진행 중인 동양생명·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데다 롯데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도 장기 매물로 나와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