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협상 역시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 9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철강업계의 경우 이번에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하반기 90만원대 후반에 이어 올해 상반기 90만원대 초중반으로 두차례 걸쳐 후판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면서 철강업계엔 불리한 상황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철광석은 톤당 101.39달러로 올초(142.58달러) 대비 40%가량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9월 한때 90달러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 충남 당진제철소 후판공장에서 생산된 뒤 쌓여있는 현대제철 후판 제품 |
|
더욱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철강업계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은 115만7800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112만2774t)을 넘어섰다. 전체 수입 물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56%에서 올해 65%로 늘어났다.
중국산 제품 유입은 국내 후판 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올초 t당 100만원대였던 국내 후판 유통 가격은 9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수입 유통가격은 여전히 국내산 대비 10~20만원 가량 저렴하다. 한때 중국산 후판과 국내산과의 가격 격차는 30%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서 반덤핑(AD) 관세를 제소했고 이를 수용하여 정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전방 산업 부진으로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산 밀어내기 공세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중국 내수 경기는 부진할 것이고 이에 따른 저가 수출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또한 중국산 철강재의 한국향 수출 품목은 과거 반제품 등 범용재에서 최근 냉연도금류 등 고급재 위주로 진화하고 있어 신흥국은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중국산 철강재와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