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사업자 신고를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거래소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자자 보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높다.
|
◇문 닫는 거래소 나올 수 있다는데…일단 유예기간 6개월
일단 업계 관심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 거래소들이 은행 실명확인 계좌를 확보할 수 있겠느냐에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 계좌를 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일명 ‘벌집 계좌(법인 계좌 아래 다수의 개인 계좌를 두는 방식)’로 투자금을 입출금하는 방식을 써왔다. 거래소가 법인 계좌를 하나 만들어 놓고,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는 것이다. 이 경우 무통장 입금 시 금융당국에서 본인 식별이 쉽지 않아 불법자금거래 통로로 쓰일 수도 있다는 등의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하려는 거래소들은 은행 계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계좌를 발급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 경우 이용자가 줄어들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거래소들이 계좌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배경이다.
◇거래소 옥석 가리기 기대…투자자 보호는 ‘공백 상태’
법 시행을 계기로 거래소의 신뢰 회복 등 투자 환경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감 속에서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 공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도 허위 공시 등 각종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업권법이나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는 부재한 것이 현주소다. 애초에 특금법의 취지 자체가 자금세탁 방지 등이 목적이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현행 특금법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제 암호화폐 산업에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분야는 사기성 코인과 거래소임에도 건전성이나 이용자 보호 규제는 미비하다”고 꼬집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도 “특금법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없어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비트-빗썸’ 거래소들 전쟁의 서막…이용자 ‘록인’ 가능성
업비트, 빗썸 등 이미 계좌를 발급받은 4개 거래소들은 법 시행 이후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업비트, 빗썸은 본격적인 점유율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지난해 급성장하며 몸집을 불렸다. 실제로 빗썸코리아의 주요 주주인 비덴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코리아의 작년 순이익은 1274억원으로 전년보다 10배 가량 늘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도 전년보다 26% 늘어난 176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순이익이 390% 가량 증가했다. 비트코인 상승장에 따른 거래량 증가가 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은행 계좌를 발급받는 새로운 거래소가 나오지 않을 경우 기존 거래소에 이용자 록인(lock-in·묶어두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암호화폐 계좌로 가입자를 크게 늘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같은 사례로 새로운 거래소의 등장을 기대하지만, 은행이 거래소의 안전성을 보증해야 하는 현재 구조에서 거래소에 계좌를 내주기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한서희 변호사는 “추가로 거래소 인가가 나지 않으면 향후 소비자가 거래소 4개에 록인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