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20대女에겐 '일상적' 공포…갈길 먼 피해보호"

박성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 인터뷰
"삭제 골든타임 있어, 유포 인지 후 가능한 한 빨리 지원 요청해야"
"20대 여성들, 바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직원들 사명감 높아"
n번방 이후 디지털성범죄 피해 사회적 인식 높아졌만
갈 길 먼 피해보호…해외공조, 채증기법 고도화...
  • 등록 2022-03-28 오후 6:12:28

    수정 2022-03-28 오후 7:46:36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박성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피해 영상의 완전한 삭제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피해자들은 일상을 제대로 살지 못합니다. ”

이곳은 디지털성범죄 피해 현장의 한가운데다. 가해자가 잡힌 이후 n번방 사태는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지만, 피해자들은 아직도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데일리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한 회의실에서 인터뷰한 박성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 팀장은 “가해자의 서사에 집중되면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크게 대변되지 못하고 있지만, n번방 피해 영상물은 아직도 발견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성범죄 양상이 미성년자 등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20대 이하 여성들을 대상으로 급증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 지원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등에 대한 조사 결과 디지털성범죄 가해자는 전년 대비 61.9%, 피해자는 7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피해자 구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2018년 센터가 생기기 전부터 퍼지기 시작한 영상은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기술적으로는 피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디지털성범죄는 확산 초기 빠른 삭제가 영상의 영구적 삭제에 필수적이다. 국제공조와 채증기술의 고도화 등을 비롯해 인력의 확충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현재 필요한 조건이라고 박 팀장은 지적했다.

2018년 4월 출범한 디지털성범죄센터는 현재 39명의 인력이 50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박 팀장은 “2018년에 퍼진 영상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지워도 지워도 계속 나온다”며 “이런 경우엔 주요 유해사이트에서 육안으로 영상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실적이 좋다. 영상 삭제는 인력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2020년 말 기준 피해지원자 4973명, 지원건수 17만697건을 기록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이 마련되고, 센터 인력 등이 확충되면서 지원 건수가 전년보다 1.7배 늘어났다. 센터는 영상 삭제뿐만 아니라 유포사실 발견을 위한 모니터링은 물론, 경찰 등 사정당국 및 피해자 심리상담 등을 위한 연계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박 팀장은 “피해 확산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확산 초기에 잡는게 매우 중요하다”며 “대면상담은 거의 없고 전화나 온라인으로 대다수 상담이 이뤄지는 만큼 피해를 인지한 순간 주저말고 최대한 빨리 센터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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