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친환경’…신규 프로젝트 추진 가능성 열렸다

환경부, 원전 포함 K-택소노미 개정 초안 발표
“시장 더 커질 수 있을 것” 원전산업계 기대감↑
9개월 만의 개정 추진에 원전 관련 논쟁 재점화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국회 통과 중요성 더 커져
  • 등록 2022-09-20 오후 7:30:00

    수정 2022-09-20 오후 9:22:48

[이데일리 김형욱 김경은 강신우 기자] ‘원자력발전(원전)도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환경부가 원전을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녹색 금융’을 활용한 신규 원전 프로젝트 추진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앞서 발표한 택소노미보다 전제조건을 완화하며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12월 원전을 뺀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9개월 만에 원전을 포함키로 하며 원전의 친환경성을 둘러싼 논쟁도 재점화하게 됐다. ‘여소야대’ 국회 내에서 원전의 K-택소노미 포함의 전제조건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둘러싼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 체계에 포함하기 위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 운전 등 3가지로 구성된 원전 경제활동 부분에 대한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전산업계 반색 “시장 확대 기대”

원전산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K-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가면서 1기 건설에만 수조원이 들어가는 원전산업 자금을 저금리 친환경 금융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 3월 ‘원전 강국 건설’을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이를 요구해 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5월 K-택소노미 내년 시행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며 이를 예고해 왔다.

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신규 프로젝트 중단으로 침체한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한 신규 원전 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같은 미래 원전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 인력양성 등 원전 전 분야에 대한 투자도 원활해질 전망이다. ‘K-원전=친환경’ 등식을 완성한 만큼 체코, 폴란드 등지에서 추진 중인 원전 수출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원전을 포함한 EU 택소노미 확정 이후 “(EU 지역) 원전 사업 추진에 우호적 환경이 형성됐다”며 “우리 원전수출 기회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K-택소노미 인정 요건이 EU 택소노미보다 완화한 부분도 한국 실정을 잘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EU 택소노미는 원전이 친환경으로 인정받으려면 당장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적용해야 하고 2050년 이내로 예정된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가동 계획을 갖춰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K-택소노미는 사고저항성 핵연료 저장 시점을 6년 늦은 2031년으로 늦췄다. 또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마련의 시점은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이와 관련한 특별법 제정과 문서화한 세부 계획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했다.

원자력학회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상황을 잘 반영한 것”이라며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에 대해선 2050년으로 할지 2055년으로 할지는 국회 내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우리 여건에 맞게 완화한 형태로 현실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그린 워싱’ 우려도…논란 재점화

그러나 환경부의 이번 발표로 원전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원전은 발전 단가가 낮은데다 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과 방폐물 처리 문제라는 큰 과제도 안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는 친환경을 가장한 ‘그린 워싱(green washing)’으로 평가돼 국제적인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장 큰 숙제는 고준위 방폐물 처리 문제다. 원전에서 발전용 원료로 쓴 사용 후 핵연료, 즉 고준위 방폐물 처리 문제는 1978년 국내 1호 원전 가동을 시작한 이후 40여년 간 해결 못 한 문제다. 앞서 처분시설 부지 선정이 이뤄진 적도 있으나 크고 작은 반발 속 결국 무산됐다. 이에 현재 국내 26기 원전에서 나온 고준위 방폐물 1만8000t은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에 저장 중으로 이마저도 2030년 이후 원전별로 차례로 포화 예정이다.

정부는 이에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37년에 걸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여론의 우려 속 언제 시작해서 언제 마무리한다는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의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역시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해왔으나 이 특별법이 원전 확대를 위한 K-택소노미의 전제조건이 된 만큼 여야 간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오는 10월6일 대국민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을 수렴해 K-택소노미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유승훈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 정부 내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서 부지 선정까지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표=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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