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난해 12월 원전을 뺀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9개월 만에 원전을 포함키로 하며 원전의 친환경성을 둘러싼 논쟁도 재점화하게 됐다. ‘여소야대’ 국회 내에서 원전의 K-택소노미 포함의 전제조건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둘러싼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
원전산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K-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가면서 1기 건설에만 수조원이 들어가는 원전산업 자금을 저금리 친환경 금융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 3월 ‘원전 강국 건설’을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이를 요구해 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5월 K-택소노미 내년 시행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며 이를 예고해 왔다.
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신규 프로젝트 중단으로 침체한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한 신규 원전 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같은 미래 원전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 인력양성 등 원전 전 분야에 대한 투자도 원활해질 전망이다. ‘K-원전=친환경’ 등식을 완성한 만큼 체코, 폴란드 등지에서 추진 중인 원전 수출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원전을 포함한 EU 택소노미 확정 이후 “(EU 지역) 원전 사업 추진에 우호적 환경이 형성됐다”며 “우리 원전수출 기회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학회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상황을 잘 반영한 것”이라며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에 대해선 2050년으로 할지 2055년으로 할지는 국회 내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우리 여건에 맞게 완화한 형태로 현실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
그러나 환경부의 이번 발표로 원전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원전은 발전 단가가 낮은데다 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과 방폐물 처리 문제라는 큰 과제도 안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는 친환경을 가장한 ‘그린 워싱(green washing)’으로 평가돼 국제적인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37년에 걸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여론의 우려 속 언제 시작해서 언제 마무리한다는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의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역시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해왔으나 이 특별법이 원전 확대를 위한 K-택소노미의 전제조건이 된 만큼 여야 간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오는 10월6일 대국민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을 수렴해 K-택소노미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유승훈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 정부 내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서 부지 선정까지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