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집값 통계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간 단위 시세 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주택가격 주간 통계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주택 가격 통계가 민간이 조사한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감정원 통계에서는 14% 오른 반면 KB국민은행 통계는 25% 올라 차이를 보였다.
현재 공공기관인 감정원을 비롯해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는 국내 3대 시세 조사 기관으로 불린다. 이 중 감정원 통계가 가장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주된 이유로는 ‘표본 수의 차이’를 꼽는다. 주간조사에 사용하는 표본 수는 KB국민은행이 3만4000여 가구인 데 비해 감정원은 9400여 가구로,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114의 경우 서울 약 117만채, 전국단위는 약 600만채를 바탕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민간인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의 집값 상승률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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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감정원의) 통계가 하도 달라 자체적으로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서울 25개 전체 구에서 집값이 최근 3년 동안 2배나 올랐더라”며 “정부가 죽은 통계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고, 예민하게 느끼는 통계는 인기 지역의 집값이니, 좀 더 정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통계를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주택가격 주간 통계가 아닌 한달 단위로 발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가령 아파트 거래가 많지 않은 시기에는 1주일 동안 거래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표본 아파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간 단위를 지수화하는 방식은 정확성에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설계의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감정원이 당장 주간 통계 폐지보다는 표본수를 늘리고 가격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방향을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등 특정 시기에는 일주일 만에 시세 반영이 이뤄지기도 한다”면서 “감정원 통계가 신뢰도를 찾으려면 표본을 늘릴 필요가 있다. 샘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한편 감정원은 내년 주택가격 동향조사 표본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내년 82억68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올해 67억2600만원 대비 22.9% 상승한 금액이며, 최근 5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증액이다. 특히 이번 예산 증액을 통해 주간조사 표본 아파트를 올해 9400가구에서 내년 1만3720가구로 46.0%(4320가구)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