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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들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2회에 걸쳐 레미콘 제조회사 47곳에서 노조복지기금을 수령한 것은 불법이라며 공갈,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레미콘 차주들은 2001년 처음으로 법원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이후 다른 지방노동위원회, 판례 등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토교통부가 나서 건설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천명하면서 각 지역 조합에 대한 수사가 빈번해졌고, 지난해 7월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레미콘 차주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 노조 신고를 반려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일부 간부가 구속됐다.
이번 사건 역시 사용자들이 노동자성을 문제 삼아 노조의 쟁의행위를 업무 방해 행위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 배상을 청구해 압박하는 등의 파업 와해 전략과 유사하게 전개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레미콘 차주들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파업을 통해 회사를 압박해 복지 기금을 받기로 합의한 것은 근로자의 적법한 쟁의 행위 및 그 결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레미콘 노조의 집단운송 거부 등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불법이라며 업무 방해라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레미콘 차주들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레미콘 지회 소속 조합원들과 행한 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 회사의 레미콘 생산 납품 업무가 방해됐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복지 기금이 레미콘 지회 간부들의 월급으로 사용됐는데 간부들은 조합원들의 고충을 처리하고 산업재해 예방 교육 내지 산업 재해 근로자 지원 등의 산업안전 활동과 사용자와의 교섭 및 쟁의 활동을 했다. 이 사건 복지 기금의 액수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정도”라며 “이 사건 복지 기금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필요한 노동조합의 활동 내지는 단체적 노사관계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써 단체 교섭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레미콘 차주들의 노동자성을 재확인하는 법원의 전향적 판결에 법정에서는 피고인 측의 박수와 환호가 나오는 등 고무된 분위기가 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지부)는 곧장 입장문을 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사건 판결을 환영한다”며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노조를 만들어 스스로 권익을 지켜왔고 노조의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