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158억원 상당의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 주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외 투자은행(IB) HSBC 홍콩 법인이 첫 정식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 HSBC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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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김상연 부장판사)는 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SBC 홍콩 법인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HSBC 측은 검찰이 주장한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HSBC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보유한 주식 수량을 초과해 공매도 주문을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한국의 공매도 규제 내 개인은행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을 준수하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실수이지 고의로 어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주문만으로 무차입 공매도 규정을 위반했다는 검찰 주장에는 “미수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주문 행위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누구도 한국 법령을 위반해 공매도를 낼 의지가 없었고 통제시스템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후에 알았다”며 “과징금 75억원도 납부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소속 트레이더 3명과의 공모관계 역시 “형사처벌로 다른 국가에서 은행 관련 라이센스 영향을 받는 위험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위법한 공매도 범죄를 저지를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HSBC와 홍콩 법인 소속 트레이더들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 주식을 차입하지 않은 상태(무차입)임에도 국내지점 증권부에는 차입을 완료한 것처럼 거짓 통보한 뒤 9개 상장사 주식 32만주, 합계 158억원 상당을 공매도 주문해 국내 자본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공매도 주문을 하려면 최소한 주식 차입을 미리 확정해야 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계획적·조직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했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빌려서 팔아 이익을 내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사서 갚는 기법이다. 국내법상 주식을 빌리지 않고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