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안하긴 하냐"...창문에 매달려있다 숨진 딸, 전 남친 '감형'

  • 등록 2024-11-22 오후 7:51:36

    수정 2024-11-23 오전 1:19:5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진짜 미안하긴 한 거냐”

이른바 ‘부산 서면 스토킹 추락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자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이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다.

사진=MBC 뉴스투데이 방송 캡처
부산지법 형사항소 3-3 이소연 부장판사는 22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특수협박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징역 3년 2개월에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명확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아 이 부분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만남과 결별이 반복되며 다툼의 수위가 높아졌고 서로 다투는 중 죽음을 언급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했다”며 “피해자 집 앞에서 13시간 현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는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과 지인들은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받으며 엄벌을 탄원해 피고인은 죄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감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 사망에 대해 피고인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개 수사로 처리돼야 하고 판결에 그 책임을 더할 경우 헌법이 정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지속해 반성 의사를 표시하고 공탁금을 내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20대 피해자는 지난 1월 7일 새벽 전 남자친구인 A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다 자신의 집 9층 창문 밖으로 추락해 숨졌다.

A씨는 수사 초기 스토킹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해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집을 찾아가 17시간 문을 드리거나 “죽겠다”고 협박하는 등 수백 차례 SNS 메시지를 보내 괴롭혀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신체적 위협과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었고, 사건 당일 피해자 집에 들어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A씨는 피해자 사망 당시 유일한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였다.

피해자 유족은 사고 당일 A씨 행위가 피해자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유족은 “(CCTV 보면) 창틀에 (피해자가) 매달려 있더라. 한 20초 정도를 버티고 있더라. 매달려 있는 순간엔 그 애(A씨)가 보고 있었다. 근데 한쪽 팔이 떨어지니까 그제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1심 선고 약 일주일 전인 지난 6월 말 법원에 공탁금 5000만 원을 걸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1심은 특수협박과 퇴거불응,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모두 포함한 권고형의 최대인 징역 3년 9개월보다 3개월 낮은 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는 시점에서 엄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절실하다”며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몹시 무겁고 과거 다른 여자친구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구형량에 절반도 못 미치는 선고가 내려지자 피해자 유족은 “흉기를 휘둘러 죽여야 살인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이 정도의 처벌로는 또 다른 교제 폭력과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A씨와 검찰은 불복해 항소했고, 피해자 어머니는 지난달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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