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면서 중소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처벌 기준의 모호성 등을 들어 위헌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법조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체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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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중소기업계는 중처법 제4조에 명시된 사업주의 안전 의무 규정이 불명확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며 제6조에서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을 들어 위헌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징역형의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하는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 직접 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업주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떠한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위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통상 1년이 걸리지만 사안의 시급성으로 미뤄 조금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다툴 여지를 인정하면서도 헌재의 위헌 판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재해를 줄인다는 입법 취지에 역행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지난해 중대재해로 재판에 기소됐던 한 기업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가 지방법원에서 기각된 사례를 보면 합헌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조상욱 율촌 변호사(중대재해센터 공동센터장)은 “처벌의 정도가 과하다는 주장 등이 일견 타당하다”면서도 “헌재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등 순기능을 함께 살피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인선 법무법인YK 변호사(중대재해센터장)는 “중소기업의 준비 여력 등 중처법 적용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이 제정된 이상 헌재가 기존 입법 취지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성의 원칙’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되는 회사, 즉 피해자가 있는 구체적인 사안이어야 위헌 소원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시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중처법은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가 누군지 등 모호한 규정이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법의 구성요건을 완벽하게 규정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시행령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