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고안에 담긴 '쿠팡 노동실태'

고용부, 쿠팡CLS에 작업환경 개선 요구
"뇌심혈관계 질환 일으킬 수" 적시
일용직 퇴직금 체불 논란은 진행형
  • 등록 2025-01-14 오후 4:12:52

    수정 2025-01-14 오후 10:03:55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쿠팡의 배송기사(퀵플렉서)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고용부가 쿠팡의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했다. 쿠팡 택배기사를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쿠팡을 근로기준법으로 규율할 순 없으나, 택배기사들에게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라는 권고를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사실상 쿠팡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지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14일 쿠팡의 택배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서비스(CLS) 감독결과와 별개로 ‘쿠팡 작업환경 개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쿠팡CLS에 “주5일 근무, 야간배송 방식 조정, 배송거점 추가 확보 등 퀵플렉서의 야간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토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용부는 “24시간 배송하는 새로운 업무체계를 운영 중인데, 무리한 야간노동은 뇌심혈관계 질환 등 여러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야간근로를 포함해 주당 최대 52시간까지 일하도록 한 ‘주 52시간 근로제’는 근로자 건강권을 강화하기 위한 법적 규제다. 하지만 쿠팡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탓에 이러한 규율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쿠팡 퀵플렉서 2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주 평균 64시간 36분 일한다고 응답했다. 고용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시에서 뇌심혈관 질환이 발병하기 직전 ‘4주간 1주 평균 64시간’ 일한 경우 ‘업무와 질병 간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쿠팡 택배기사로 일하다 지난해 5월 심근경색으로 숨진 뒤 산업재해가 인정된 고(故) 정슬기 씨는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74시간 24분이었다.

쿠팡CLS 작업공간이 온열·한랭질환,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로 고용부가 산업안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컨베이어 작업과 관련해 발판을 설치하지 않아 추락위험이 노출돼 있었다.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리프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위반한 4건에 대해선 수사로 전환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쿠팡의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체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쿠팡의 물류 입·출고 담당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CFS)는 2023년 5월 ‘일용직 근로자가 4주 평균 1주간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 계속근로 기간에서 제외하고 근로시작 시점을 다시 시작한다’는 규정을 넣어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예컨대 정부의 행정 해석에 따르면 1~15개월차 중 8개월차(4주)만 주 14시간 일하고 나머지 월엔 15시간 일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의 일용직 노동자는 9개월 차에 근로가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돼 12개월 이상 계속근로가 발생하지 않아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고용부는 2023년 8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고용부가 쿠팡 택배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관련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어 “고용부 근로감독 결과는 미흡한 수준을 넘어 사실상 쿠팡 측의 불법경영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고용부가 내놓은 개선책도 “하나마나 한 권고 수준”이라고 했다. 환노위는 오는 21일 ‘쿠팡 청문회’에서 쿠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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