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과 사이먼 래틀, '바방'이 선사한 2일간의 클래식 향연[알쓸공소]

6년 만에 내한한 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첫째 날 공연, 브람스 음악 정수 선보여
둘째 날은 고전·현대음악 '종합선물센트'
지휘자 래틀, 조성진 연주에 흡족한 미소
  • 등록 2024-11-22 오후 6:06:35

    수정 2024-11-22 오후 6:06:35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중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여 장면. (사진=(C)BR/Astrid Ackermann, 빈체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알쓸공소’입니다. 이번주 화제의 공연을 꼽으라면 단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새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 그리고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 한 무대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던 공연인데요. 몰랐는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줄여서 ‘바방’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오늘은 지난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번 공연에 대한 감상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봤습니다. 이번 공연은 양일간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요. 한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레퍼토리를 이틀에 걸쳐 연주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틀 공연 모두 전혀 다른 색깔이었다고 할까요. 온화함과 다양함을 오가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중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여 장면. (사진=(C)BR/Astrid Ackermann, 빈체로)
첫째 날은 ‘브람스 데이’였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선보였는데요. 특히 조성진이 들려줄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 궁금했습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곡”이라면서도 “뮌헨에서 먼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연주했는데 악단과 지휘자의 연주가 뛰어나 힘든 곡이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처럼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연주 내내 현란한 기교를 펼치는 지루할 틈이 없는 곡이었습니다. 쉴 새 없이 건반 위를 움직이는 조성진의 손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고 할까요. 특히 늦가을의 우수를 품은 듯한 3악장이 좋았습니다. 모든 연주가 끝난 뒤 조성진은 힘든 연주였을 텐데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휘자 래틀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더군요. 앙코르는 슈만의 ‘숲의 정경’ 3번 ‘고독한 꽃’이었습니다. 격정적인 연주의 여운을 달래주듯 조용하고 차분한 연주였습니다.

지난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중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여 장면. (사진=(C)BR/Astrid Ackermann, 빈체로)
이어진 브람스 교향곡 2번은 ‘전원 교향곡’이라는 별명처럼 자연의 따스함을 느낄 있었습니다. 특히 4악장에서의 열정적인 연주는 클래식 음악에서도 이런 흥분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연주가 끝난 뒤 래틀은 관객을 향해 “원 모어 브람스”라고 말하며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3번을 앙코르로 선사했습니다. 그야말로 브람스 음악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둘째 날 공연은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진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현대음악 특유의 실험적인 베베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으로 막을 열었습니다. 이어 조성진이 다시 등장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사했습니다. 전날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기교 대결 같았다면, 이날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가 긴장감 속에 이어가는 대화 같았습니다.

지난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중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여 장면. (사진=(C)BR/Astrid Ackermann, 빈체로)
특히 이날 연주에선 악단과 조성진 사이에서 음악을 조율해 나가는 래틀 지휘자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래틀 지휘자는 악단과 자연스럽게 호흡을 주고받으며 연주를 이어가는 조성진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군요. 조성진의 연주가 매우 흡족했던 모양입니다. 이날 조성진의 앙코르는 전날에 이어 슈만의 또 다른 작품인 환상소곡집 중 ‘왜, 어찌하여’였는데요. 래틀 지휘자가 무대 뒤편 의자에 앉아 조성진의 앙코르 연주를 ‘아빠 미소’로 지켜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장면. (사진=빈체로)
공연의 대미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이 장식했습니다. 브루크너의 유작이자 미완성 작품이죠. 프로그램북에 따르면 이날 연주는 지휘자 겸 음악학자인 벤야민 구나르 코어스가 가장 자주 연주되는 노바크 에디션(1951년) 판본의 오류를 수정한 가장 최신 에디션으로 연주했습니다.

1시간 가까이 전해지는 응축된 음악적 에너지를 따라가는 게 개인적으로 조금 힘겹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악단과 래틀 지휘자의 모습이 경이로웠습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불협화음을 선보인 2악장은 헤비메탈을 듣는 듯 강렬했고요. ‘종합선물세트’처럼 음악으로 충만한 무대였습니다.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던 래틀 지휘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모습을 머잖아 다시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난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장면. (사진=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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