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방성훈·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강경 ‘관세 카드’를 취임도 하기 전에 꺼내 들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관세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는 선거 유세 기간 공약한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 및 중국에 대한 60% 관세부과 카드와는 별개다. 경제 이외의 문제도 관세와 연결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예측 불허의 강력한 ‘트럼피즘’(미국 우선주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25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대해서 추가 관세에 더해 10%포인트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인 2020년 멕시코, 캐나다와 다자간무역협정(USMCA)을 맺으면서 특정 조건하에 무관세 교역로를 만들었지만, 이를 뒤집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관세 부과 대상은 해당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이다. 다만 미국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로 기간 제한을 뒀다. 조건이 충족된다면 관세 부과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단서를 두긴 했지만, 협조 의향을 밝힌 캐나다와 달리 멕시코와 중국엔 현실적으로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이슈에 관세를 무기로 무역파트너 국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예측 불허 ‘트럼피즘’을 보여줬다. 당장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만약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할 수밖에 없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은 선거기간 내놓은 공약이 임기가 시작되면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전면적으로 저버렸다는 실망감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창립자가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트럼프 당선인에 신중한 관세 부과를 제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 효과에 힘입어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금리는 급락하고 달러 역시 약세로 마감했지만,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선물시장에서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달러는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멕시코 페소는 2022년 이후 최저치에 가깝게 하락했다. 중국 위안화 역시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