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길을 시원하게 뚫어준 건 ‘클라우드’였습니다. 정부의 SOS 요청을 받고 온 네이버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LG CNS, KT 등 민간 기업들이 정보화진흥원(NIA) 등과 함께 예약 시스템 개선에 나선 것입니다. 가장 많은 부하가 걸렸던 본인 인증, 예약 대기 시스템 등을 민간 클라우드로 옮기고, 예약 처리 시스템 부분만 질병관리청 서버에 뒀습니다.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를 갖춘 것입니다.
대신에 본인 인증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접속자를 분산시켰습니다. 그 결과 10분에 120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2주만에 완성됐습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공공 부문도 기업처럼 민간 클라우드 전문가와 함께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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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부문까지 확산
지난해 터진 코로나 사태로 이런 흐름은 더 빨라졌습니다. 재택근무 등 기업 운영을 위해서 클라우드가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클라우드 확산은 공공 영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극도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미 2013년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했습니다.
CIA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10년 계약을 맺어 현재까지 이용 중입니다. 펜타곤(국방부)도 멀티 클라우드 도입을 논의 중이고요. 일각에선 아직도 클라우드의 보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클라우드 업계에선 오히려 보안 때문에 클라우드를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클라우드가 더 안전하단 논리죠.
코로나 팬데믹이 정부의 디지털 혁신에 가속을 붙이며 콜센터, 원격의료 등 분야에서 클라우드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 정부 역시 최근 클라우드 전면 도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025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정보 시스템 1만9개를 모두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할 방침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6일 ‘제3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로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대세는 멀티 클라우드
현재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는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애저), 구글(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 미국 빅테크 기업입니다. 다른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시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3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점유율은 AWS 31%, 애저 22%, 구글 클라우드 8% 등 총 61%에 달합니다. 너무 커져 버린 의존성 탓에 이 회사들의 클라우드 장애 문제가 인터넷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무너뜨리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죠. ‘클라우드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점유율만 보면 처음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한 회사로 알려진 AWS가 가장 높지만, 사실 모든 클라우드 기업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기업들이 여러 개의 클라우드 환경을 선택하는 멀티 클라우드 흐름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세 회사가 경쟁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포화 상태가 아닌 것이죠.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점점 더 많은 고객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결합하기 위해 여러 공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 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3분의 2는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합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 등 멀티 클라우드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