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개월 만에 1360원 돌파…이달 ‘1400원 상승’ 전망

14.2원 오른 1363.5원에 마감, 11개월만 최고
당국 방어에도 막판 ‘달러 사자’에 추가 상승
美10년물 금리 4.8% 돌파·달러 인덱스 107선 뚫어
위험회피에 외국인 국내 증시서 6600억 순매도
“환율 하락 요인 부재, 이달 말까지 1400원 상승 시도”
  • 등록 2023-10-04 오후 6:09:37

    수정 2023-10-04 오후 7:31:33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개장 직후 환율이 1360원으로 치솟자, 추석 연휴 불안했던 직감이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장 내내 외환당국이 누르는 힘에 1360원을 간신히 유지하던 환율은 장 막판 ‘달러 사자’ 물량이 쏟아지면서 1363원까지 오르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딜러는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달러 환율이 약 11개월 만에 1360원을 돌파했다. 탄탄한 미국 경기에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채금리 상승, 달러 강세 현상이 심화되면서 환율이 끝 모르게 상승하고 있다. 당분간 환율이 하락할 요인은 보이지 않아, 이달 140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49.3원)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10일 1377.5원을 기록한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7원 오른 1360.0원에 개장했다. 작년 11월 9일 1364.8원으로 마감한 이후 11개월 만에 1360원을 돌파한 것이다. 장 내내 1360~1361원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막판 매수세에 추가 상승해 1363원까지 올랐다.

추석 연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분위기가 한층 강화되면서 장기물 채권 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간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를 돌파하며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4.9%를 넘어서며 2007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고용 지표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미국 긴축 장기화에 힘을 실었다.

이에 ‘킹달러’ 현상도 두드러졌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107선을 돌파했다. 연고점 경신이자, 작년 11월 22일 이후 다시 107선으로 상승한 것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아시아 통화는 일제히 약세다. 달러·위안 환율은 7.32위안대, 달러·엔 환율은 149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엔화는 전날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며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자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이탈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0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2600억원대를 순매도 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9일 연속, 코스닥 시장에선 10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하락할 요인이 부재해 1400원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전반적으로 달러를 팔 수 있는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월말까지 저가 매수가 힘을 받는 장세가 이어지며 1400원을 향해서 상승 시도를 할 것”이라며 “10월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 이후에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1차 상단을 1400원, 2차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위안화, 싱가포르 달러 등 다른 아시아 통화 대비 유독 원화가 약세폭이 큰 작금의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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