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만난 여야 당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얘길 나눴지만 “자주 보자”는 말 외에 회동을 정례화하진 못했다. 회동 시간 역시 모두발언을 제외한 비공개 대화 시간은 17분가량에 그쳐 여야 협치가 이뤄질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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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취임 인사를 전하러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와 첫 회동을 했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지 일주일 만이다. 여야 대표가 회동한 것은 지난해 8월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이 대표와 만난 지 6개월여 만이다.
이날 자리에 국민의힘에선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구자근 당대표비서실장이, 민주당에선 이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안호영 수석대변인, 천준호 당대표비서실장이 각각 참석했다.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김 대표는 이 대표가 김 대표의 당대표 당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잘하기 경쟁해보자’고 적은 데 대해 “전적으로 100% 공감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재명 대표도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저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 협치 운영 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쟁점이 덜한 법안부터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다”며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한 지방 분권 강화 법안,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 한시 연장을 담은 근로기준법 등의 처리를 당부했다.
이재명 대표는 김 대표가 당선 직후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의 역할’이라는 발언에 “저희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화답하며 “여야가 입장을 떠나 국민들 삶을 개선하는 데 어떤 것이 더 시급한지, 어떤 것이 더 유용한지 진지하게 수시로 머리 맞대고 개선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여야를 떠나 정부·여당이 제시하는 안건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퇴행적이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더 나은 국민의 삶 만드는 것이라면 언제든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부연했다. 이 대표는 대선 공통공약 추진단과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을 건의했다.
회동 직후 양당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가 민생과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 개혁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김기현 대표가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유상범 수석대변인)을 먼저 말했고 “이재명 대표께선 불합리한 규제는 당연히 해소해야 하지만 필요한 규제, 국민 안전이나 생명에 관계된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안호영 수석대변인)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동은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이나 한일 정상회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5·18 정신 헌법 수록 등 첨예하게 여야가 대립하는 현안이 거론되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밖으로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릴 정도였다. 이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등도 얘기되진 않았다.
비공개 회동 서두엔 이 대표가 지난 2021년 대장동 의혹으로 공세한 김 대표를 향해 “봉고파직(관가의 창고를 봉하고 파면함)에 더해 남극에 위리안치(죄인을 귀양 보내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두는 형벌)를 명하도록 하겠다”고 직격한 것을 두고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김 대표는 회동 후 취재진을 만나 “제가 (이 대표에게) 봉고파직, 위리안치를 말하니까 웃으시던데”라며 “대선 당시 경쟁하던 시절과 달라 당대표가 되면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고 서로 소통과 공감을 넓히는 과정에 있어 과거 얘기가 논란 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날 첫 회동이 여야 협치의 실마리로 풀릴진 미지수다. 당장 김 대표는 “이제 저희도 정상체제를 복구했기 때문에 자주 보자”며 “격주 단위로 한 번씩 만나 식사하거나 공개, 비공개 형태로 협의 대화 채널을 계속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 측은 “자주 보자”고 답했을 뿐, 이를 정례화하진 않았다. 이 대표가 제안한 대선 공통공약추진단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회동 후 “제안을 들었으니 검토해보겠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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