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소식에 서점 찾은 2030…"벌써 다 팔렸대요" [르포]

노벨문학상 발표 이튿날 대형서점 가보니
도서 사이트는 다운·서점엔 재고 동 나
업계 “젊은 세대 관심으로 전환점 됐으면”
  • 등록 2024-10-11 오후 5:14:06

    수정 2024-10-11 오후 5:14:06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한강 작가 책은 벌써 어제 다 팔렸대요”

11일 오전 9시 30분 영업시간에 맞춰 찾은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한강 작가의 책 ‘흰’을 찾던 대학생 김민욱(22)씨가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어제 한국인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에 왔다”며 “노벨상은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받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문학상을 받았기에 궁금해서 읽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을 찾은 시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면서 주요 대형 서점들이 북새통이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읽는 것이 멋진 것’이라는 이른바 텍스트 힙(Text Hip) 열풍에 더해 노벨상 소식까지 겹치면서 서점을 향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황에 깜짝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교보문고에는 한강 작가 책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지만 그중 유독 2030 세대가 눈에 띄었다. 문학 코너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보통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면 중장년층이 많이 찾아오는데 이번엔 유독 젊은 층이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오늘 이 작가 책 때문에 영업 전부터 오는 사람들도 꽤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정오가 되자 인근 직장인들의 방문으로 서점은 더욱 북적였고, 동난 재고에 직원들은 예약을 받았다. 오후 1시25분쯤, 예약된 도서를 제외하고 남은 소설 ‘소년이 온다’ 90권이 매대에 깔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 50여 명은 일제히 사진을 찍고 줄을 섰다. 매대에 놓인 지 2분 만에 책 60권 가량이 판매됐다. 식사도 거르고 1시간을 기다렸다 구매에 성공한 직장인 신단비(35)씨는 “온라인으로 구매는 해놨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읽으려고 찾아왔다”며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이니 전자책보다는 소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서점에서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줄서서 가져가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책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미 전날 저녁에는 도서 구매 사이트나 전자책 구독 앱의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주요 대학 도서관에서는 한강 작가의 책이 모두 ‘대출 대기’ 상태가 됐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수상자 발표 이후부터 오늘 오전 10시까지 한강 작가 관련 검색량이 6127% 상승했고 서버 과부하가 오기도 했다”며 “원래 앱 사용자 중 60%가 20대, 30대라 젊은 층에서 많이 찾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책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연령대에서 20대의 종합독서율은 74.5%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은 연령대는 30대로, 68%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꾸린 직장인 이모(24)씨도 “책을 읽고 인증하는 문화를 접하면서 올해 5월부터 모임을 꾸려 매달 한 번씩 모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독서 열풍이 불황을 겪는 데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책 분야마다 다르지만 20대 30대 여성분들이 최근 (우리 책을) 많이 찾는 건 사실이다”며 “출판계에서는 매년 최악의 불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독자가 책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 서점업계 관계자도 “최근 젊은 층 방문이 많다”며 “거기에 한강 작가 책을 찾는 사람들이 확 늘며 숨통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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