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개미들은 은행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버거워졌지만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 등은 10% 이상의 수익률을 손쉽게 달성한다. 오를 만한 종목은 매수(롱)하고 내릴 종목은 공매도(숏)하는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개인투자자도 국내·해외 주식을 스스로 선택해 공매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종목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숏 전략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5분이면 공매도 투자 완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실제 투자를 진행해 봤다. MTS 초기화면의 i셀렉트 설계창을 클릭하면 롱포지션과 숏포지션으로 각각 5개의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 개별 주식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도 포함된다. 투자대상지역은 국내와 미국, 일본, 홍콩이다. 금액을 입력하고 종목별 투자비중을 조정한 뒤 바로 청약하면 된다. 청약전 자신이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관심포트 항목에 저장하면 실제로 투자하지 않아도 수익률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종목별 가격은 종가가 아니라 평균 거래가격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투자를 완료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5분 남짓. 빠르고 편리하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며 환전수수료가 면제되고 양도소득세(22.0%) 대신 배당소득세(15.4%)가 적용된다.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의 특성상 거래비용이 발생하는데 연 1.5~3.5% 수준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요가 많아 빌리기 어려운 종목일수록 대차거래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의 거래비용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선택권 확장 긍정적”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1850~205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개미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헤지펀드처럼 롱숏으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복제해 투자하는지, 거래비용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존에는 개인이 공매도한 자금이 한국증권금융에 예탁돼 소액의 이자를 챙길 수 있지만 증권사 플랫폼은 공매도 비용이 발생한다.
공매도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키움·SK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NH투자증권과 비슷한 유형의 투자 플랫폼 구축을 검토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시간 매도가 안되고 ELS처럼 하루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은 한계지만 구조 자체는 매력적”이라며 “고객 수요가 분명한 만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